오후 들어 美 야선 상승 전환ㆍ연기금 매수 유입으로 급등
하루만에 130포인트 오고 간 '변동성 끝판왕'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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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멀미가 날 정도의 역사적인 변동성을 선보였다. 장중 1700선이 무너지며 사이드카(매매호가 일시정지)와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가 발동했다가, 오후장 중 1800선을 넘볼 정도로 지수가 치솟으며 '바닥론'이 득세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됐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안정을 위해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3일 전거래일 대비 마이너스(-)3.43% 하락한 1771.44로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도 1조2300억원의 역대급 순매도로 약세장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3월 둘째주 5거래일간 총 5조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3월에만 총 순매도 규모가 6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이날 코스피는 공포가 지배하는 변동성의 끝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장 시작 후 6분만에 코스피 선물이 폭락하며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오전 10시43분엔 149.40포인트, 전일 대비 -8.14% 하락하며 1분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사이드카가 서킷브레이커가 하루에 동시에 발동한 날은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오전 중 맥없는 모습을 보이던 코스피는 오후 1시30분 미국 3대 지수 야간 선물이 상승 전환한 것을 계기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및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코로나 백신의 이른 상용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연기금의 순매수가 더해졌다. 국민연금 및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하루에만 5731억원을 순매수하며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집행했다. 장중 1700선이 붕괴되며 1680.60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연기금 매수세에 힘입어 1809.31로 1800선을 일시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에서는 경제안정을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고, 역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채권시장에는 한국은행이 구두 개입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한 '지시'가 연기금에 전달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 하루 변동폭은 130포인트에 달했다. 덕분에 공포 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는 전거래일 대비 24% 급등한 53.34를 기록했다. 변동성지수는 장중 한때 60.71까지 오르며 2011년 8월 70.33 이후 9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6.08% 폭락한 1만7431.05로 거래를 마감했고, 홍콩 항생 지수는 -3.38%,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85% 하락했다. 전일 미국 3대 지수가 9%대 낙폭을 보이고, 유럽 주요 증시는 예외없이 10% 이상의 하락폭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국내 증시는 이제 바닥을 찍고 반등할 일만 남은 것일까.
아직까지 코로나 쇼크로 인한 실물경제 부담은 전혀 해소된 바 없다는 점에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해 연말 대비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잔고가 오히려 늘었다는 점에서 아직 증시 바닥 징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다음주 코스피 지수 밴드를 1700대 초중반까지 열어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강화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증시안정 펀드, 공모펀드 세제혜택, 대주주 지정 요건 완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엔 이머징 마켓 자산을 빨리 매각해 현금화해야 한다는 절박감까지 보인다"며 "그간 안정적이던 채권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한만큼, 코스피 방향성의 핵심 변수인 외국인 매도세가 단시일 내 진정될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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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3일 15: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