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보단 '운용'에 초점…'브로커' 통해 투자
시장도 리스크 묵인…"리스크관리 능력 길러야"
-
해외 모펀드에 간접투자한 국내 자산운용사 펀드에 손실이 잇따르고 있다. 운용사 수가 단기간 크게 늘면서 각자 몸집을 키우기 위해 리스크관리보다는 자금 투입에 급급했던 게 화근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산으로는 수익률을 맞추기 쉽지 않자, 국내 운용사들은 잇따라 해외로 나갔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라 '브로커'를 끼고 투자를 집행하는 등 전문성은 갖추지 못했다. 결국 이런 운용사들의 리스크 관리 실패는 투자자들의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KTB자산운용은 최근 운용 중이던 'TCA글로벌크레딧'펀드의 환매 중단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해당 펀드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TCA운용의 소상공인대출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해 조사에 나서며 환매가 중단됐다. 투자금은 100억원 규모다.
해외 모펀드의 말썽으로 인한 손실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했던 미국 무역금융 전문 투자자문사 더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의 STF펀드도 IIG의 폰지사기 혐의로 투자금 2400억원 전액 손실 위기에 놓였다. 또한 아름드리자산운용도 수출상인 싱가포르 무역회사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7호' 펀드 상환 지연 논란에 휩싸였다.
대체 어떤 구조로 투자를 집행하고 어떻게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길래 이렇게 잇따라 문제가 생기는 거냐는 물음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
배경 중 하나로 자산운용사의 양적 팽창이 꼽힌다. 운용사 설립이 쉬워지고 자본 요건이 완화하며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4년간 3배로 늘었다.
반면 액티브 펀드(적극 운용 펀드) 수요가 줄어든데다, 저금리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로 인해 국내에 투자할만한 자산은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투자처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현지 운용사와 제휴를 맺는 방식의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전문성이 부족했다. 운용업계 관계자 따르면, 일부 운용사는 해외 투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해외 재간접투자 대상상품 선정을 몇몇 개인 브로커에 맡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자산운용사들이 활용하는 거래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국내 운용사는 해외 펀드에 재투자한 뒤 수수료만 가져가는 구조"라며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 등 해외 자산운용 플랫폼을 알 수가 없으니 알음알음 개인 네트워크로 소개를 받아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잇따르며 운용사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펀드 보험'을 통한 안전망 확보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보험업계는 손사레 치는 상황이다. 펀드는 애초부터 손실가능한 자산일 뿐만 아니라 손해율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실사 능력을 기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 기간동안 크게 성장한 회사일수록 운용에 초점이 맞춰있어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는 신경을 덜 써온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선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리스크관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