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탁스50 하락 때문…특정 지수 쏠림 리스크 부각
S&P500 연계 ELS '21兆'…'26% 하락' 전망에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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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에 따른 공포심으로 증시가 폭락한 데 일부 주가연계증권(ELS)이 원금손실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주로 하락폭이 컸던 유로스탁스(EURO STOXX) 50 지수 기반 ELS에서 녹인이 발생하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다시 ELS 발행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던만큼 증시 폭락에 따른 여파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로스탁스 외에 미국 S&P500 지수 추종 ELS 역시 위험한 상태라는 평가다. 미 지수 기반 ELS는 지난해 대규모로 팔렸다. 특정 기초자산 쏠림현상에 대한 리스크가 향후 또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를 비롯해 미국 주요 3대 지수, 독일 닥스, 유로스탁스50 등 주요 지수는 대부분 30%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증시 폭락에 따라 지난해 지수 고점에 발행된 일부 ELS 상품의 녹인 배리어 터치가 불가피해졌다.
이미 증권업계는 기초자산 지수의 하락으로 인해 일부 ELS 상품이 녹인구간에 진입해 조기상환이 미뤄졌다고 해당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0일 '유로스탁스뱅크'(EUROSTOXX BANKS) 지수의 폭락에 따라 '트루 ELS 제9304회', '트루 ELS 제9340회', '트루 ELS 제11767회' 등 4개의 ELS 상품이 녹인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트루 ELS 제9304회', '트루 ELS 제9340회' 등 두 상품은 EUROSTOXX BANKS 지수가 10일 65.4로 떨어지며 배리어 기준가격보다 하회했다. '트루 ELS 제11767회' 상품도 13일 기초자산인 EUROSTOXX BANKS 지수가 배리어 기준가격 56.94보다 낮은 55.63을 기록한 데 따라 녹인구간에 진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제14691회 ELS' 상품의 기초자산인 코스피3 인덱스 지수가 녹인 구간 아래로 떨어져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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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스탁스50 및 유로스탁스뱅크의 지수 하락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유로스탁스50은 지난해 연간 65조7890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연계발행된 기초자산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H지수의 폭락 사태로 ELS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이후 ELS잔액의 상당 부분은 유로스탁스 50 지수에 쏠려왔다. 2017년 기준 ELS발행잔액 중 기초자산이 유로스탁스50인 경우는 40조4000억원으로 전체 ELS의 63% 가량을 차지했다.
ELS는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에 따라 주목받은 상품이다. 높은 금리를 기반으로 한 고정 수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수형ELS 상품 중에는 4개월 조기상환에 연 7%대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ELS 발행규모가 다시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ELS 시장 수요가 평균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증시 폭락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ELS에 대한 투심마저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4분기 S&P500 연계 ELS의 발행규모가 21조원까지 급증한 점도 향후 피해규모를 키울 것이란 지적이다. S&P500 지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15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향후 3개월 내 S&P500 지수는 13일 종가보다 26%까지 더 떨어져 200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정 기초자산 지수로의 쏠림 현상이 다시금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정 지수로의 쏠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ELS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집중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온 바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P500 연계 발행 물량이 증가했던 만큼 지수가 크게 하락할 경우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여진다"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하면서 특정 지수로 기초자산 포트폴리오가 쏠릴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가 다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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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6일 17: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