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에 증거금 부족…관련株 주가 추가 하락
정책 호재에 대형證도 관심 보인 CFD 시장 얼어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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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주주 규제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가 폭락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개인투자자(개인 전문투자자 한정)의 총수익스왑(TRS)으로 불리던 CFD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CFD는 기초자산 보유 없이 매매차액에 대해서만 현금결제를 하는 파생투자상품이다. 최소 증거금 10%를 기반으로 최대 10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일종의 '개인용 총수익스와프(TRS)'인 셈이다.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개인만이 투자가 가능하다. 실물을 보유하는 게 아니라서 최근 크게 강화되고 있는 대주주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혔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이어진 급락장에서 CFD 계좌발 반대매매로 의심되는 투매가 쏟아져나왔다. 특히 지난 12일 CS 계좌에서 쏟아져 나온 호텔신라 30만여주, 아나패스 16만여주, 이오테크닉스 9만여주 등 50만여주에 달하는 대규모 매도세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CFD 계좌의 반대매매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등에서 장 초반 전형적인 반대매매의 패턴을 보이는 투매들이 일부 포착됐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CFD 반대매매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들은 시장 하락폭보다 2~3배 이상의 폭락세를 보이며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CFD 계좌의 총 잔고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일 거래액은 300억원 안팎 규모로 알려져있다.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이용하는데다 급락장에 단기적으로 물량을 쏟아내면 충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당국 역시 지난해 말부터 CFD 계좌의 레버리지 관련 위험성을 인지하고 내부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CFD는 4년 전부터 급속 확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코스피 기준 25억원 혹은 지분율 1% 이상이었던 대주주 요건이 15억원 이상, 10억원 이상을 거쳐 올해 말 3억원 이상 혹은 지분율 1% 이상으로 매년 강화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대주주로 지정되면 주식 매각시 최대 27.5%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4년 전 교보증권을 선두로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CFD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CFD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은 도입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증권사 중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CS)가 적극적으로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했다.
CFD 계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0.1~0.7%에 달한다. 무료 경쟁으로 일반 계좌의 수수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증권사들에겐 상당히 짭짤한 규모였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 기준을 완화하며 관련 시장 규모도 성장할 전망이다. 기존에는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이어야만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이 가능했지만 개정 이후엔 '최근 5년 중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상품 월말 평균잔고를 보유한 경험'만 있으면 전문투자자로 등록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CFD 계좌 서비스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않아 아직 악영향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대형증권사 CFD는 일부 전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에 불과해 먹는 수수료가 크진 않다"며 "고레버리지 상품이라 정책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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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6일 08:5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