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로선 부담 확실해져야 목소리 내기 용이
중국 승인 절차 지연…시간 여유 확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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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언제 얼마만큼의 손실이 확정될 지 점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쉽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선 손실을 확인하고 명분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중국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인수자 입장에선 썩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7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회사의 유상증자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며 예정 수순에 따라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사모사채만 해도 최초 계획보다 발행 시기가 늦어졌고 규모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하락 속에 유상증자 금액 역시 줄었다. 인수 대금이야 큰 문제 없이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 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완벽히 다른 회사가 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시선은 피하기 어렵다.
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도 고심이 많은 분위기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실적 전망, 노선 운영 전략 등을 의뢰했는데 막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선 큰 의미가 없다. 맥킨지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다 보니 경영진 앞에서 진땀을 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로선 거래 조건을 바꾸거나 매각자 측에 새로운 요구를 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가 어디까지 확산할 지 모르는 상황에선 확실한 입장을 내기도 어렵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들어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협조 융자를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코로나가 대유행에 접어들기 전이라 주장에 힘이 실리기 어려웠다.
현대산업개발이 추가적인 부담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셈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손실 규모의 윤곽이 나와야 너무 위험해져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워졌다거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등 주장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주장의 상대방은 궁극적으론 산업은행과 정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수습이 급하고 총선 정국까지 겹친 상황에선 현금 두둑한 대기업의 볼멘소리에 귀기울일 여유가 없다. 적어도 총선은 지나야 아시아나항공에 시선이 돌아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M&A 계약엔 일정 기간동안 전년 대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떨어질 경우를 ‘중대한 부정적 변화(MAC, material adverse change)’로 정하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 계약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면 올해 1분기의 상황은 중대한 부정적 변화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한 거래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손실 규모”라며 “손실이 확인되어야 인수자가 감당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대안을 강구할 지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M&A에선 거래 대금이 완납된 후 승인을 얻지 못하면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사전(거래종결 전)에 기업결합 승인을 받도록 한다. 이번 거래 역시 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선결 조건으로 우리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중국 경쟁당국의 승인도 먼저 얻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절차는 지지부진하다. 사안 자체는 중국의 이익을 해하지 않아 정국 정부의 ‘정치적 방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원래 심사 절차가 늦은 경우가 많은 데다 코로나 사태로 공무원들의 업무도 제약을 받는 분위기다. 언제 결론이 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의 승인이 늦어지면 인수자 입장에선 굳이 ‘코로나 여파’ 등을 언급하지 않고서도 사안을 재검토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과거 다른 M&A에서처럼 굳이 '꽌시(关系)'를 활용해 절차를 서두르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현재의 지연 상황을 반길 것이란 시선도 있다.
인수자 측 관계자는 “중국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인수자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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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