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하락·신용 리스크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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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크레딧채권으로 눈을 돌리려한 국내 투자자들의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쇼크, 유가 전쟁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미국 기업의 디폴트(부도)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회사채 투자 분위기가 급랭했다.
최근 국내 크레딧채권(회사채)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비교적 높은 투자성과를 보이는 해외 회사채가 주목을 받았다. 현재 미국 투자등급 채권 금리는 2.22% 수준이다. 국내 회사채 발행금리는 1%대로 떨어진 상태다.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1.3%까지 하락했다. 3월 들어서는 1.6%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1.9%대였으나 30bp(1bp=0.01%포인트)가량 더 떨어진 셈이다.
낮아진 환헤지 비용도 해외 회사채 투자 매력을 높인 요소다. 해외 금리가 높아도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면 기대수익이 크지 않아 투자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작년 100bp에 달하던 헤지 비용이 30bp가량으로 줄었다. 이에 증권업계에선 해외 크레딧채권 투자가 증가하고 국내 장기 회사채 투자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국내 금리가 워낙 낮다보니 요즘 들어 투자 성과가 높은 해외 크레딧물에 증권사나 기관의 관심이 더 커졌다”며 “요즘 원화물에서 2% 금리가 나오기 쉽지 않은데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면 헤지 비용을 부담해도 2%대 금리를 기대할 수 있어 미국 회사채 매력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해외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거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 여파로 원유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 9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블랙 먼데이’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 변동성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뉴욕 증시는 1979년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우선 안전자산 선호로 채권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크레딧물 매력도 떨어졌다는 평이다. 미국채의 ‘역사상 최저 금리’와 함께 투자등급 수익률도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다. 10일 기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5% 이하를 밑돌고 있다.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저금리 국면에서 미국 기업 부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하이일드 기업의 연초 이후 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 확대로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는 가파르게 확대됐다.
코로나 여파 등으로 글로벌 기업의 실적 둔화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크다. 대표적으로 최근 미국의 대형 식료품 기업인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는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크래프트하인즈는 2015년만 해도 크래프트푸드와의 합병으로 시가총액이 626억달러(약 73조3000억원)에 달하는 ‘식품 공룡’이었다. 그러나 수익성 저하로 2018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악화했다.
JP모간은 “(미국에서) 지난 두 달 간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오른 기업을 능가했으며 심할 경우 기업들의 신용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회사채 디폴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투자등급의 CDS지수(CDS Index)가 회사채 디폴트 우려가 반영돼 큰 폭으로 높아진 점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분간은 해외 크레딧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본과 대만 등 저금리가 계속된 국가에서는 해외 크레딧 투자가 활성화한 만큼 저금리 시대에 돌입한 국내에서도 투자 수요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크레딧물 투자는 시장 금리와 외환시장 변동성에 따라 좌우되다 보니 복합적인 리스크를 분석할 수 있는 심사 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국내외 금리가 다 낮아져서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처를 계속 찾고 있는 가운데 해외 커버리지를 넓히기 위해서 크레딧 투자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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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