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잠재 가치 하락 불가피…FI 대주단도 예의주시
결국 회수 문제…IPO 물건너갔고 중재 결과도 오리무중
-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업황이 침체돼 있는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담보 주식의 잠재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FI들의 투자 회수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바닥 모를 가치 하락에 맞닥뜨렸다. 역마진 우려, 자본확충 부담 속에 상장사들의 주가가 1년 새 급락했다. 코로나 사태가 격화한 후 주가 낙폭이 더 커졌다. 1등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배를 겨우 넘고, 한화생명은 0.1배 이하로 떨어졌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던 오렌지라이프가 올해 상장 폐지하며 상장 4사의 단순 평균 PBR은 0.17배 수준을 오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빅3인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도 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9월말 기준 자본총계는 12조5715억원인데, 위의 PBR을 적용한다면 기업가치가 2조원을 조금 넘는다.
-
이에 근거하면 교보생명 FI 보유지분의 가치도 크게 낮아진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에 투자했다. 4500억원 이상에 사들인 어피너티 보유지분(9.05%)은 2000억원이 채 되지 않고, 같은 해 2600억원 이상씩을 투자한 IMM PE와 베어링PEA의 지분(각 5.23%)은 1000억원을 갓 넘는다.
금융회사들은 FI들이 처음 투자할 때 인수금융을 제공했고, 이후에도 각 차주에 대해 몇 차례 리파이낸싱을 제공했다. 교보생명의 순자산 증가에 맞춰 돈을 더 빌려줘 FI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베어링PEA의 경우 2018년 리파이낸싱을 통해 2100억원가량(텀론, 4년6개월 만기)을 빌렸다. 그 해 초는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의 PBR이 1배를 넘었고, 업종 평균이 0.7배는 되던 시기다. 그 정도만 평가 받아도 주식의 담보인정비율(LTV)이 60% 정도로 무리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장사 피어그룹(비교그룹) 배수와 견주면 LTV가 100%를 넘어간다. 다른 차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사 입장에선 당장 큰 문제가 없더라도 시장 추이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직전이라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상장사 주식 담보는 상장 피어그룹과 비교해 가치평가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가치평가를 해야 할 정도면 이미 다른 재무약정 트리거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교보생명은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금융사 입장에서도 시장 상황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고민은 결국 빌려준 돈을 떼이지 않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결국 FI들이 원활히 투자회수를 하느냐는 것인데 현재로선 결과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FI들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투자 펀드 만기를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가시적인 회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공개(IPO)는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부터 선택지에서 배제된 분위기였고, 앞으로는 더더욱 추진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FI는 주당 8만원(5대1 액면분할 전 기준 40만원)을 바라는데 앞서의 가치대로면 주당 2만원 수준에 만족해야 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 사이의 중재재판이 어떻게 흘러갈 지도 변수다. FI들은 풋옵션이 있으며 신 회장이 이를 받아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쪽에선 투자 당시 계약의 허점이 많다는 점을 물고 늘어질 분위기다. 중재는 빨라야 올해 말이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점점 좁아지는 것도 한 변수다. 국제 중재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입국 제한 등 외부 변수가 개입되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
FI 입장에선 중재에서 이기고 신 회장이 공동매각에 응하는 것이 매각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금과 같은 환경이 계속된다면 쏠쏠한 이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