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으로 대출금리 인하했던 證…잔고 10兆대 회복
'신규고객'만 금리 인하…'전문적 투자자' 해명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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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돈놀이 경쟁'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신용융자거래 금리 인하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매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바닥이 어딘지 모를 현 증시 상황에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늘어난 신용잔고 비중으로 인해 추가적인 수급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은 상승했다. 전월 대비 코스피 신용잔고 고점 당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내 신용잔고금액 비중은 0.34%로 3bp(1bp=0.01%)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각각 고점 대비 23%, 3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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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금융위기가 닥치면 ▲ 신용융자잔고 ▲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 모두 감소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두 지표는 모두 하락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기에선 코스피 시장에서의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중이 오히려 상승하는 Divergence(발산)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위기는 매수 기회'라는 개인투자자들의 학습효과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현상은 위기는 매수 기회라는 개인투자자들의 학습효과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일부는 보유종목 주가 급락에 따라 담보비율이 10~20%포인트 하락했음에도 추가 담보금을 납입해가며 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베팅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종목에서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로 보인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이 진행한 신용대출 금리인하 이벤트를 진행한 것도 신용매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를 낮췄을 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의 유입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주식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이어 신용거래융자 금리인하 이벤트를 실시했다. 미래에셋대우,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2~4%대로 일정 기간동안의 대출금리를 낮췄다. 대부분 신용공여를 처음 받거나 신규인 고객이 대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8조3800억원대까지 떨어졌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2월 10조49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시중금리에 비해 과도하게 높았던 대출금리가 하향조정되는 것은 필요하나 그 대상이 신규고객인 만큼 대출금리 인하의 실효성은 제한적이란 평가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신용이자로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며 "기존 고객이 아닌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낮춰줌으로써 급등락하는 장세에 투기를 부추기는 등 신용을 과도하게 쓰도록 하는 부분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2~3년간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저하 대책으로 신용 매매 확대를 추구해왔다. 실제 지난해 국내 증권사 총 수탁수수료는 2018년 대비 마이너스(-) 23.8% 줄었지만, 대출관련 수익은 기업여신 및 개인 신용매매 증가에 따라 8.5% 성장했다. 리테일(소매) 부문에서 신용 관련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청산하면 국내 증시의 추가적 수급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담보비율이 140%에서 120~130% 정도로 낮아지긴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넣을 돈이 부족해지면 불가피하게 매도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증권사들은 신용매매와 관련해 전적으로 투자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나서서 신용공여를 장려하는 행위는 일체 하지 않는다"며 "개인의 판단 하에 신용매수하는 것이며 이는 마치 도박과 유사해서 하던 사람만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법으로 정해진 테두리 한도 내에서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지난주 초반까지만 해도 신용융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드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선택이긴 하지만 증권사들이 과도한 신용융자 통해서 건전성에 영향이 있는지는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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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