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무근이지만 시장에선 ‘그럴만 했다’는 평가도
시장 위축 속 재매각 차질…장기간 유동성 묶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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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래에셋이 시장의 안 좋은 소문때문에 안좋은 영향이 있지만 이 부분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고 대응 가능하다고 홍보 부탁드립니다. 아시아나 딜은 현재 현산에서도 충분히 딜을 드랍 할 수 있고, 딜 드랍 시 우리는 투자금액을 전부 보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후략)"
최근 미래에셋대우의 투자와 관련한 위기설을 해명하는 듯한 메시지가 자본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호텔 인수건은 안방보험이 3개월의 시간을 더 주었으며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소송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거나,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돼도 투자금 전부를 보전받을 수 있다는 내용들이 담겼다.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투자 계획을 늦춰두었고, 회사에 3조원의 여력이 있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해당 메시지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아시아나항공 M&A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파트너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거나, 소송으로 가도 이길 것이란 책임지기 어려운 언사를 했을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해당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 방안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사안 자체는 자본시장에서 흔히 있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 정도의 해프닝이다. 그러나 가볍게 볼 사안만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현재 상황이 저런 괴소문을 만들어낼 만큼 뒤숭숭하며, 일부는 신빙성이 높다고 받아들여질 정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우증권 인수 이후 든든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 글로벌 경기 충격까지 더해지며 부담이 커졌다. 투자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원화, 외화 할 것 없이 장기간 돈이 묶일 것이란 우려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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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미래에셋대우에선 해외 성장 기업 투자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작년 간접 투자한 인도네시아 부깔라팍, 인도 빅바스켓처럼 코로나 국면에서도 성장이 예상되는 포트폴리오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벤처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공유 경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그랩, 인도 올라 등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했던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4차산업혁명 테마로 각광받았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플랫폼 사업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상장 전 1200억달러(약 150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우버는 상장 후 현재 시가총액이 455억달러(약 55조원)에 머물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주가가 21달러선까지 밀리며 공모가(45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추락했다. '2년 후 기업가치 2배'가 기대된다던 디디추싱의 경우에도 이전에 비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졌다는 평가다.
미래에셋그룹이 공들여 온 호텔·관광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투자 자산은 가치가 떨어지고, 진행 중인 거래에선 부담을 나눠질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다.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미국 호텔들은 우량 자산임에도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 감소 속에 미국 호텔업 전체가 정부 지원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몇몇 호텔을 떼내 인수하겠다는 제안들은 자취를 감췄고, 대출 조달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인수는 완료한다 쳐도 그 후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래에셋은 작년 미국 LA 웨스트할리우드 호텔, 2018년 라스베가스 복합 리조트와 하와이 포시즌스호텔 등 다양한 호텔 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 단순히 대출을 해준 경우에도 자산 가치가 급감하면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아시아나항공 M&A가 고민거리다. 코로나가 잡히지 않고 손실이 어디까지 확산할 지 점치기 어려운 터라 기존 조건대로 인수하기 부담스럽다. 인수하더라도 기업 가치 회복까지 장기간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
그 외에 작년에 인수한 프랑스 마중가타워는 우량 임차인, 8%의 수익률 등 조건에도 아직까지 재매각(Sell down)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는 SK브로드밴드 통합법인 투자 재매각 작업도 마찬가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앞서 메시지에 대해 “내용이 과격해 출처가 의심스럽긴 했다"면서도 "미래에셋대우 최근 투자건들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도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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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됐느냐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증권 시절부터 IB부문 현업 경력자를 CRO에 배치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는 리스크관리만 수십년을 해온 전문가를 CRO로 앉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인사 전략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리스크관리보다는 투자 집행을 원활히 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리스크만 관리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증권가의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익을 내기 위한 '공격적인 영업 마인드'를 갖춘 임원들이 투자심사위원회에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성실히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이런 전략은 호황기엔 IB 부문의 파격적인 성장을 이끌 수도 있지만, 이번 코로나19같은 '블랙스완'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 있다"며 "실물경기 위축이 본격화하면 미래에셋대우의 전략이 용기였는지 만용이었는지가 서서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마진콜(Margin Call, 선물 증거금 추가 요청) 문제도 있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기초자산인 해외 선물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미래에셋대우에 들어온 마진콜 요청 규모가 1조원을 넘었을 것이란 뜬소문이 퍼졌다.
실제로 마진콜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러화 유동성 부담은 커졌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단기자금을 조달해 증거금을 납부하기 쉽지 않다.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주식 시장에 따라 증거금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 달러화가 대규모로 묶인 상황에선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의 유동성 부족이 문제가 될만큼 시장이 급격하게 붕괴된 특수한 상황”이라며 “해외 투자에선 대규모 외화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간 묶이기 때문에 증권사의 유동성 대응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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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