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친환경 메가트렌드 감안시 비이성적" 지적
전기차 시대 핵심근거 'EU 탄소배출 규제'까지 의심
"거품론 배경에 테슬라 영향도…큰 그림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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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에서 널뛰기를 하자 투자시장에서 배터리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산유국 감산합의 실패와 코로나발(發) 경제위기 우려로 중장기적 저유가가 점쳐지는 가운데 전방산업인 친환경차 성장세에 대한 의구심이 배터리주 대거 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가 폭락을 친환경차 수요둔화 근거로 바라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19일 국내 2차전지 섹터는 전일 대비 20% 하락하며 국내 증시 두 배 수준의 조정을 거쳤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전일 대비 11.44% 상승했다. 대장주인 LG화학과 삼성SDI는 양일간 각 17%가량 하락했다가 18% 상승했는데 유가에 연동된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배터리주의 과도한 조정을 두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전방수요 둔화 우려 ▲유럽·미국 생산공장의 가동중단 ▲테슬라 주가 하락 ▲유가 폭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선 유가가 떨어지는데도 전기차 시대가 올 수 있느냐는 회의감도 부상하고 있다. 섹터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업계 전문가들은 비이성적 공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이날 주가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삼성SDI의 중대형 2차전지 가치를 4조원대로 평가하는 셈"이라며 "메가트렌드인 친환경차 패러다임 변화 우려까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정작 전기차 패러다임은 연비나 차량 유지비 같은 협소한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중론"이라고 했다. 유가 폭락이 장기화하더라도 전기차라는 메가트렌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유가 폭락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연쇄적으로 가동중단에 들어가고 있어 EU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산업의 성장 기대감에는 EU의 탄소배출 규제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2020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절감하지 못하면 수조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한 자동차 연구원은 "미국이 테슬라의 완성차 시장 잠식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음모론도 재조명된다"며 "재선을 앞둔 트럼프 정부가 고용시장의 큰손인 포드, GM의 몰락을 두고 볼 리가 없다는 논리인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친환경 정책에 반감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루머가 설득력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2차전지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OEM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고려해 EU에서 과징금을 유예한다거나 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며 "그러나 정책상 내년부터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더 가파르게 늘려야 하기 때문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전했다.
투자시장의 배터리 거품론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큰 그림은 바뀌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현재 시장환경이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이어지더라도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를 팔아야 하고 배터리 업체는 성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기되는 배터리 거품론을 유가 문제로만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2차전지 담당 연구원은 "테슬라 때문에 글로벌 배터리주가 오르고 내리는 상황이 투자자 입장에선 2017년의 그래프와 겹쳐보일 수 있다"라며 "실제로 연초 배터리주 급등 당시 테슬라로 인해 거품이 끼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현재 하락폭은 과도하며 이번 위기가 배터리 산업의 펀더멘털까지 훼손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시장 전반 공포감에 유가 폭락이라는 이벤트가 더해지며 전기차 시대에 대한 회의감이 다시금 주목 받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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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