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규모 급감에 분기 공모 거래 수수료 수익도 뚝
증안펀드는 유통시장 집중...발행시장 지원은 사실상 '전무'
ECM엔 한계선상 기업도 많아...직접 지원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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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자본시장(ECM)의 한 축인 발행시장이 개점휴업 상태다. 2008년 이후 12년래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의 100조원 대책 중 주식발행시장은 아예 고려에서 제외됐다. 10조원 규모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는 유통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다.
발행시장 경색은 결국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속화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평가다.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PMCCF)라는 발행시장 전용 지원 특수기구를 설치한 미국을 벤치마크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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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분기 국내 주식자본시장의 신규 공모 발행 규모는 6848억원에 머물렀다. '역대 최악'이라던 2019년 1분기 9057억원보다도 24.4%나 줄어들었다. 발행시장이 역대 최대 호황이었던 2018년 1분기와 비교하면 4분의 1 토막 수준이다.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촉발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부진한 수치다. 2008년 1분기엔 1조7000억여원, 이듬해인 2009년 1분기엔 1조9000억여원 수준의 주식 기반 자금조달이 진행됐다.
올 1분기 주식발행이 역대 최저수준이었던 까닭은 기업공개(IPO) 철회 등 자금 조달 계획을 아예 접는 기업이 많았고, HDC현대산업개발처럼 주가 폭락으로 공모 규모가 크게 줄어든 사례가 있었던 까닭이다. 증시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잠재된 거래들이 대부분 중단된 탓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발 충격은 전 세계 경제를 멈춰세웠다. 미국의 2조달러(246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조차 한 달정도의 시간을 버는 데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판국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자금경색을 벌써부터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보충 노력에도 단기 기업어음(CP) 시장은 금리가 치솟으며 여전히 공포에 질려있다.
발행시장을 뒷받침하던 수요 기반은 무너지고 있다. 공모주 30% 우선 배정 혜택을 주무기로 삼았던 코스닥벤처펀드에서는 자금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전성기 대비 20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출됐고, 3월에도 공모펀드에서만 100억원이 빠져나갔다.
공모주 시장에 자주 모습이 보이던 한국형 헤지펀드들도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역성장 추세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가며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발행시장의 터줏대감이던 공모주펀드도 2016년 5조원에 달하던 설정액이 2019년초 2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지금은 2조원에도 못 미치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100조원 규모 대책에 증시 관련 대책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10조7000억원 규모 증안펀드는 전량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에 투자해 유통시장 안정화에만 쓰일 방침이다. 개인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한 주식투자 허용은 그 영향을 가늠할 수 없어 대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는 평가다.
이밖에는 6조7000억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나 2조2000억원 규모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의 메자닌 차환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행 여부와 규모는 여전히 미지수다. P-CBO와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캐피탈 등 여전사나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중견기업ㆍ대기업이 우선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미국은 아예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가 발행시장ㆍ유통시장ㆍ자산유동화시장을 각각 지원하는 특수기구를 3개 나누어 설치했다. 주가지수 부양에 올인한 국내의 대응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ECM 발행시장은 기업들이 자본을 늘리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다. 부채가 이미 부담스럽거나, 은행 대출이나 일반 회사채 발행이 안되는 한계선에 서있는 기업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 이 시장이 경색되면 자본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위기가 결국 유통시장의 공포가 발행시장까지 파급됐다는 점에서 증안펀드가 일부 투자 심리를 돌리는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직접 지원과 간접지원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 기반 자체가 무너진 상황에서 증권사 ECM 부서들은 속절없이 속만 태우고 있다. 올해 1분기 공모 거래로 국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170억원 안팎이다. 2018년 1분기에는 330억여원이었다. 대어급 빅딜들이 차일피일 공모 일정을 미루면서 상반기 농사까지는 흉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중ㆍ대형증권사들은 2018년 이후 상장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의 약진과 ECM 부문 수익성 강화를 염두에 두고 부서 설립 및 인력 확충에 주력해왔다. 코로나19 이전 대부분의 ECM 관련 부서가 지난해 대비 20~30% 이상의 실적 목표를 받은 상황이다. 비상사태라고는 해도, 역대 최악의 수익성을 내고 있는 부서를 어떻게 유지할 지에 대해 증권사들도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2008년엔 단순히 자금줄이 막혔을 뿐이고 단기 유동성만 확보되면 기업이 살아날거란 생각에 주식 발행이 잇따랐고 공모 흥행도 대부분 성공했다"며 "이번 위기는 코로나19라는 실물위기에서 시작돼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발행사도 투자자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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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