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역펀드 골머리…TRS 우선 회수도 불투명
두 건 부담만 수천억…”증자효과 사라졌다” 평가도
-
신한금융투자는 작년부터 이어진 투자 사고로 대규모 자금 부담이 생겼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투자금 절반을 가지급하기로 했고, 라임자산운용 투자에서도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작년 7월 실시한 6600억원 유상증자 효과가 1년도 안돼 대부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말 독일 헤리티지 DLS 신탁의 원금 상환 만기가 도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금 절반을 가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상품은 독일 시행사가 현지의 기념물 보존 등재건물을 사들여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데 개발이 지연되고 원리금 상환도 차질을 빚었다. 신한금융투자 쪽 미상환 잔액은 3799억원, 이에 따라 신금투가 부담할 가지급 규모는 1899억원이다. 작년 회사의 당기순이익(2209억원)에 육박한다.
신한금융투자로선 향후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면 가지급금을 제외하고 정산하면 된다.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가지급을 한 것이라 손실 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송이나 그 결과에 따르지 않고도 선제 대응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자산 처분 결과에 따라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
라임자산운용 관련 손실은 어디까지 확산할 지 점치기 어렵다.
가장 부담이 큰 펀드는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다. 이 펀드는 5억달러를 해외 무역금융펀드 5곳에 투자했다. 그 중 일부에서 폰지사기 혐의가 불거지자 라임자산운용은 펀드를 싱가포르 소재 SPC에 넘기고 5억달러 약속어음(P-note)을 받았다. 이미 약속어음 가운데 원금 절반(1억달러)가 삭감됐고, 나머지도 상환이 불투명하다.
신한금융투자가 TRS 원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다. 보통 TRS 대출은 ‘증거금’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고객 투자금에 우선해 상환받을 권리가 있지만, 상품 운용과 판매 과정에서 불법이 있다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회수 우선권이 사라지고, 고객들엔 투자금 전액을 돌려줘야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작년말 실적에 신한금융투자의 TRS(3500억원 추정) 관련 충당금을 565억원을 쌓았는데, 이는 우선권이 있고 회수율이 50%는 된다고 봤을 때다.
TRS에 우선권이 없다면 대출금 상당 부분에 투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향후 라임자산운용을 대상으로 법적 다툼에 나설 수 있지만 공모 관계가 아니란 점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실익이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무역금융펀드 실사를 마친 삼일회계법인은 예상 회수율을 산출하지 못했다.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펀드 등도 부담이 있다. 두 펀드의 판매 잔액만 3000억원에 달한다. 무역금융펀드보다는 회수율 전망이 긍정적이지만 불완전판매비율이나 배상비율이 얼마냐에 따라 수십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펀드 투자자들은 무역금융펀드는 물론 이들 펀드에 대해서도 계약 취소를 주장하고 있어 부담액은 더 늘 수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불완전판매를 문제삼을 경우 실무상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을 통해 피해 주장액의 일정 비율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무역금융펀드는 물론 다른 펀드들도 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해야 투자금 전액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규모 자금 지출이 예상되면서 이미 지난해의 증자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지주는 작년 7월 우선주 형태로 66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신한금융투자에 투입했다. 공교롭게도 그 즈음 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말 단기차입금 한도를 8조2000억원으로 2조원 늘렸는데 일련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냔 시선도 있었다.
한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독일 DLS 투자자에 대해 선지급을 결정한 것은 실제 부담은 그 이상일 것으로 봤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라임자산운용 관련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등 이래저래 돈 들어갈 일이 많은 상황인 걸 감안하면 작년에 증자해 준 자금은 다 날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영업 환경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TRS에 대한 인식이 악화하며, 운용사들도 TRS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려는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이전처럼 이자로만 수백억원의 이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7일 신한금융투자 등 6개 대형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코로나 파장이 주된 원인인데 신한금융투자에 대해선 최근 수년간 파생결합증권 발행 의존도가 높아져 유동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초대형 IB 등극 시점도 한동안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작년 증자로 자기자본 4조원(작년말 4조2365억원)을 넘기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각종 악재를 수습하기 전엔 정성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와 그룹내 순이익 기여도가 뒷걸음질 쳤다. 이영창 신임 사장도 내실 다지기에 우선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