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박스 방식, 유럽형 M&A 모델...가격 조정 불허
지난해 말일 기준 기업가치 인정...사외유출 자금만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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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보험의 새 주인으로 확정됐다. 인수 가격은 2조2650억원을 기초가격으로 거래종결일에 최종 확정된다. 유럽에서 주로 활용하는 '락 박스'(Locked-box) 방식으로, 사외유출을 제외한 매매가격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매매 형태다.
KB금융지주는 1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푸르센셜생명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거래 가격은 푸르덴셜생명 지난해 말 자기자본 대비 주가순자산비율(PBR) 0.78배 수준이다.
푸르덴셜생명이 최초 희망했던 3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생명보험사 평균 PBR 0.3배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가 2017년 상장할 때의 가치인 0.7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거래는 거래 가격이 고정됐다. 락박스 방식은 매매대금의 조정과 정산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대신, 매매기준일(Locked box date)를 중심으로 자금의 유출을 금지하고 유출이 있을 경우 배상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거래 가격의 변동성을 우려한 미국 푸르덴셜 측에서 해당 방식을 먼저 제안했다.
락박스 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KB금융지주는 본 실사 이후 가격을 조정할 권한을 내려놨다. 대신 지난해 말일 기준 푸르덴셜생명 기업가치 2조2650억원에, 매매종결일 예상 이자인 750억원을 매매대금으로 지급한다. 대신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말일을 기준으로 자금의 사외 유출이 없었음을 확약해야 한다. 만약 자금의 사외유출이 있다면 이를 배상해야 한다.
락박스 방식은 매매기준일에 경제적 위험과 이익 모두를 인수자에게 귀속시킨다. 한마디로 계약은 이달 10일 이뤄졌지만, 매매기준일이 지난해 말일인만큼 올해 1월1일 이후의 푸르덴셜생명 경제적 실익은 KB금융지주가 이미 넘겨받은 것이다. 이후 실제 거래 종결일까지의 지분가치 상승분을 '이자'로 계산해 750억원으로 합의하고, 이를 미국 푸르덴셜 측에 지급하는 구조다.
올해 이후 푸르덴셜생명 자금의 사외 유출이 없었다면, KB금융지주는 인허가 등 SPA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된 달의 마지막 영업일에 미국 푸르덴셜에 2조3400억원을 지급하고 거래가 완전히 끝나게 된다.
KB금융은 지난 2월 후순위채 4000억원을 발행했고 상반기 내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 안팎을 발행할 계획이다. 배당 등을 포함하면 기존 2조원 안팎의 현금 여력에 8000억원의 자본여력이 더해진다. KB금융은 이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향후 푸르덴셜생명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회를 구성, 인수 후 통합(PMI)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실무협의회는 조직안정 및 시너지 강화방안, 전산개발 등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KB금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내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될 예정임에 따라 우수한 자본적정성을 보유한 생보사의 경우 지금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그룹 WM 아웃바운드채널 중심의 시너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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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10일 14:1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