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하한'에 따른 충격 완화 카드 먼저 써
BIS비율 오르겠지만…"추후 자본부담 있을 것"
배당도 제한하는 당국…금융 PBR 추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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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글로벌 은행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 중 자본비율 상향에 긍정적인 부분만 조기 도입키로 했다. 은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은행이 코로나19 충격 국면에서 좀 더 공격적으로 기업에 대출을 집행할 수 있도록 완충장치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막상 시중은행들은 곤란한 표정이다. 은행권 대출 잔액이 사상 최고치인 상황인데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신용위험으로 얼마나 전이될 지 아무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부실이 되레 커질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바젤Ⅲ 최종안'을 당초 일정보다 1년반 이상 앞당겨 올해 2분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기준은 올해 6월 말 은행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 산출시부터 적용된다. 시스템 구축 등 준비가 완료된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이 적용되면 은행이 기업대출을 해 준 자산의 위험가중치 및 부도 위험성이 전보다 낮게 평가된다.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부도시 손실률(LGD)은 각각 45%에서 40%로, 35%에서 20%로 낮아진다.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100%에서 85%로 하향조정된다. 이 경우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은 올라간다.
왜 지금, 1년 반이나 조기도입을 한 것일까. 금융권에서는 무등급 기업대출에 은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한다.
은행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미 은행은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의 최전방에 서있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지원에 은행의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는 탓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에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을 도와준 국민들에게 보답할 기회"라며 협조를 구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4000억원으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그래도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엔 긍정적인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단기적으로는 BIS비율이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젤Ⅲ의 본래 취지와 다소 어긋나는 의도가 엿보이는만큼, 장기적으로는 자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도입 순서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부분 도입되는 BIS비율 산출 기준은 바젤Ⅲ 최종안 규제기준 중 하나인 '자본 하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본 하한은 은행별로 다른 '내부모형'으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이 '표준방법'으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도록 하는 규제로 기존 60%에서 72.5%까지 상향조정된다. 표준등급법과 내부등급법의 갭(Gap)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자본 하한을 도입할 경우 국내 3대 금융지주의 평균 BIS비율이 2.1%포인트 가량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식을 통해 자본하한으로 낮아진 BIS비율을 다시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장려를 위해 '위험가중치 하향조정' 규제를 먼저 도입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BaselⅢ 최종안 도입의 의미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먼저 낮추면 위험가중자산은 표준방식의 50% 이내로 하락할 수 있다"며 "추후 자본 하한 규제를 적용해 BIS비율이 낮아지면 다시금 상향 조정을 해야 하고 이에 따른 자본부담은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외적 신뢰 손상도 불가피한 만큼 국내 주요 금융주의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바젤Ⅲ 도입으로 늘어난 자본을 배당에 활용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2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은행에 10월까지 배당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함에 따라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 등 관련 은행들의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3월 기준 국내 금융주의 평균 PBR이 0.2배로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배당 확대'라는 호재조차 없다.
대외적 신뢰 손상도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은행을 코로나 구원투수로 세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대출을 추가로 늘리도록 자본 규제를 손보는 모습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자체 재정을 풀어 은행이 안정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도 금융당국이 대출을 늘리라고 해서 무작정 늘릴 순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로 인한 대출 순증 규모가 20조원에 이르는 데 시장에서 은행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은행도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모두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대출을 늘리라고 한다 해서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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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09일 14: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