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막판 매수량 크게 줄이고 선물은 대량 매도
삼성전자 매수해 지수 올리고 파생은 하락 베팅
이머징 환율 안정ㆍ코로나 극복이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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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이 국내 증시에 전환점이었을까. 3월 5일 이후 30거래일간의 순매도를 마친 외국인이 드디어 귀환의 신호를 보낸 것이었을까.
속단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지난 1월 활용하던 차익거래의 패턴을 그대로 사용했다. 특정 종목 집중 매수로 지수를 끌어올리며 선물을 대량 매도한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외국인들은 20일 이달 들어 세번째로 많은 순매도를 기록하며 아직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1일 장이 열리고 불과 한 시간만에 1300억원이 넘는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다. 앞서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498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투매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 17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185억원을 순매수했다. 3월 5일 이후 무려 한달 반, 30거래일만의 대규모 순매수였다. '외국인의 귀환'이라는 헤드라인이 각 증권사 리서치 자료를 장식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나스닥 야간선물 상승폭을 뛰어넘어 3%의 급등세를 보였다. 마치 외국인들이 코스피 1900선을 새 바닥으로 인정하며 지지해주는 모양새로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때도 일부 현업 운용역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인들의 17일 매매 패턴이 향후 상승에 무게를 싣기엔 다소 의아했다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장 초반 순매수를 집중하며 순매수 규모를 장중 한때 4000억원대 중반까지 늘렸다가, 오후 들어 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장 마감 직전 30분 동안 순매수 규모를 1000억원이나 급격히 줄였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의 3분의 2는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순매수 3000억여원 중 2000억여원이 삼성전자 순매수였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반도체에 베팅했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는 순매도했다. 다른 중소형 반도체주에도 수급이 분산되지 않았다.
더 아이러니했던 건 선물 시장에서의 움직임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6일간의 대규모 코스피 선물 순매수를 마치고 4670억여원의 선물을 내다 팔았다. 코스피 선물 백워데이션(선물이 현물보다 가격이 낮은 것)이 지속되고 있어 차익거래성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대규모 매도세다.
이는 지난 1월 전후로 외국인들이 보여줬던 차익거래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코스피지수, 특히 코스피200과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삼성전자 주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삼성전자만 집중 매수하면 지수를 끌어올리거나 지탱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수를 끌어올린 상태에서 가격이 저렴해진 선물이나 하락 베팅 옵션을 구매하면 추후 증시가 하락할 때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주 내내 옵션 시장에서 베어 포지션(콜옵션 매도, 풋옵션 매수)을 유지했다.(참고기사:치솟은 삼성전자 주가, 外人은 코스피 좌우하며 '차익거래'중)
실제로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연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곧바로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3월 이후 외국인들의 순매도 누적 합계는 22조원, 코스닥 포함 국내 증시 전체로는 2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귀환을 시작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순매수가 적어도 3~5거래일은 지속돼야 할 거란 분석이다. 선물도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거나, 현선물을 동시에 매수하는 모양새가 나와야 좀 더 안정적인 지수 상승이 가능할거란 평가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자는 "외국인이 돌아오려면 한국을 비롯해 이머징 국가의 환율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중국 선강퉁ㆍ후강퉁엔 20일까지 5거래일 연속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는데, 코로나19 극복 및 산업 정상화 여부가 투자자들의 관심 요소라는 증거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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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1일 11: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