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요구 커졌지만 '한계'
구조조정 각계 목소리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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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은 올해 총선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국민들의 생업을 지키겠다고 호소하며 압승했다. 당장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일피일 미뤄졌던 산업 구조조정이 코로나와 총선을 계기로 또 다시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총선은 심판론보다 국정 안정론이 득세하며 여당이 압승했다. 적어도 현상은 유지해야 하는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만 일시적이다. 궁극적으론 기업과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 기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일단은 생존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다.
국가의 중추 산업이 다 위태로운데 그 중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크다. 세계적으로 작년부터 하강기에 진입했고 올해 더 침체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수백만 명의 생계가 걸려 있는데 특히 협력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자동차산업협회는 32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좌초 위기였던 광주형 일자리도 총선 이후 다시 쟁점화하는 분위기다.
정부 지원에 앞서 회사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협력사들은 주로 3개월 만기 약속어음을 활용해 거래를 하는데, 이 어음이나 장래매출 채권을 묶어 유동화하는 방안들이 거론된다. 국내 수요를 찾기 어렵다보니 해외 투자자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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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산업도 처지는 비슷하다. 대형 조선사들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주 부진에 빠졌고 중소형 조선사들은 고사 위기다. 올해 반등이 기대됐으나 코로나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황이 더 악화했다. 철강사들은 수요 부진으로 생산 목표를 낮추고 있고, 정제마진이 악화한 정유업계도 자구책 마련에 급급하다. 항공산업도 하늘길이 모두 막히며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국책은행들도 출자·관리회사의 운영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심 중이다. 각 산업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협회나 노동조합 조직이 잘 갖춰져 있을수록 강한 의견을 내고 있다. ‘눈 먼 돈’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겠다고 먼저 공언하면서 맡겨둔 돈을 내달라는 듯한 기업들의 요구가 많아졌다”며 “코로나로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일단 청구서를 들이미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기업과 근로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부실 기업이라도 연명을 위해 정부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과 한 목소리를 낸다. 정부가 등 떠밀려서라도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설사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다 해도 강력한 저항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 자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실 기업에 관대해서라기 보다는 '위기일수록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소신을 내세울 관료가 없다는 것이다. 여유 있을 때 개선을 꾀하는 것보다 위기 때 움직이는 것이 면이 선다는 자조섞인 성찰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만 해도 이미 몇 해전 위기론이 부상했다. 해결책은 완성차를 따라 해외로 진출한 1차 협력사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넣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괜히 나섰다가 과거 한진해운 파산 사례처럼 두고두고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
한 경제부처 외부 자문위원은 “지금은 정부 국책은행 할 것 없이 위기 기업에 돈을 쏟아붓는 데만 신경이 몰려 있어 구조조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향후 구조조정에 나서더라도 정부 공식회의에서 방침과 면책 범위가 확실히 정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기업 살리기 정책을 언제까지고 고수할 수는 없다. 지원 우선 순위, 현실적인 자금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기약없이 구조조정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들도 하반기부터는 먹거리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두산중공업 지원은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이고, 경영 실책도 있었던 만큼 대주주 일가가 먼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항공업 지원책도 대기업보다 저가항공사(LCC)에 우선 맞춰졌다. 여당은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제 1공약으로 내세웠다. 밑빠진 대기업보다 유망한 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투자금액 대비 효용이 크다는 평가다.
금호타이어나 한국GM 등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했던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모두 외국계 기업이 대주주로 정부 지원 요청에 앞서 추가 자금을 넣으려 할지 미지수다. 쌍용자동차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사실상 손을 뗐다.
정부와 국책은행의 곳간에도 한계가 있다. 적자 국채는 발행하지 않는다 해도 국가 재정수지는 이미 악화 일로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부담도 커졌다. 지난달 산업은행은 올해 후순위채 발행 한도를 4조원 이내로 결정했다. 국책은행 사이에선 정부가 출자할 경우 살림살이를 더 옥죄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지금까지는 노동계의 입김 때문에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기 어려웠다”며 “이번 여당의 총선 승리엔 노동계의 역할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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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