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 방법이나 실효성에 의문도
정부 지원의지 모호…”다른 산업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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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해운사에 1조2500억원 규모 추가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 기존 정책의 반복인 데다 이를 지원할 재원 마련 방안도 모호하다는 평가다.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핵심 대책이 빠져있어 해운업 지원 의지가 크지 않은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코로나에 피해를 입은 국내 해운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선박금융 확대, 해운사 회사채 매입 등 1조2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40조원 규모 기간산업 지원책을 구체화한 것인데 해운업계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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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1조2500억원 중 4700억원을 국적 원양선사 지원에 쓰기로 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HMM(옛 현대상선)의 선박금융 상환액을 지원하는데 이는 이미 예견됐던 내용이다. 한진해운 사태 후 대형 국적 선사가 한 곳만 남은 터라 정부가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HMM의 선박 발주도 정부 지원 아래 이뤄졌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입후재대선(S&LB) 프로그램의 올해 재원을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는 2월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장관회의(1차 대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선박펀드 재원 확대(1000억원→2000억원) 역시 이미 발표됐다. S&LB 원리금 납부 유예 규모는 1차 대책 때보다 늘리기로 했지만 순증액이 236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이번 대책에서 국책은행의 역할은 자회사 HMM 지원에 그친다. 해양진흥공사가 선박금융 후순위 투자 확대(1000억원), S&LB 확대(1000억원), 중소·중견회사 회사채 매입(1000억원), 국적 해운사간 인수합병 지원(1000억원), P-CBO 참여 등 수천억원의 부담을 져야 하는데 재원 마련 방안은 불투명하다. 공사가 초기 자본금을 거의 소진한 상황이라 지원 여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업 지원의 전제도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해수부는 국적선사의 1분기 매출액 감소는 전년 동기 대비 5% 미만으로 타 산업 대비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상 1분기까지는 전년에 계약한 물량과 운임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신년 효과도 있어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코로나 충격파는 2분기부터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 선사들의 3월 매출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다.
물론 정부도 2분기 이후 피해가 커질 것이란 예상을 하긴 했지만 해운사들의 체감과는 괴리가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지난달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 4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긍정, 이하면 부정 응답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정작 가장 필요한 유동성 지원안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선박금융 규모는 연 20조~40조원을 오가는데 기간과 금리를 감안하면 매년 5조원 안팎의 원리금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 해운 매출은 30조원 수준인데, 올해 매출이 4분의 1이 감소한다면 원리금 대응조차 어려워진다.
선박금융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 지원안은 대부분 원래 예정돼 있거나 재원 마련 방식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것들이라 실망스러웠다”며 “가장 급한 것은 선박금융 원리금을 유예해주는 것인데 그마저도 빠져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해운업 지원 의지가 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진해운 사태와 관계 있는 공무원들이 여전히 현대상선 지원 외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챙겨야 할 산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라 정부가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보이는 해운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정부 부처는 산업간 형평성 문제를 내세워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 유예안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항공업이나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크다 보니 정부에선 해운업은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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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3일 16:5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