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수혜주 떠올랐지만…유지 여부 불투명
6월 청약까지 철도사업 기대감 지속될 수 있어야
2018년 급락 사태 고려하면 투심에 불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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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이사회가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한 지 한 달여 만에 주가가 첫 전환가액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며 남북 철도사업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 소문이 퍼지자 이번엔 방위산업주라며 주가가 상승세를 띄기도 했다.
그러나 본업 부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테마에 올라탄 주가가 6월 발행 예정인 CB 흥행에 유리한 조건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21일 종가(17900원) 기준 현대로템 주가는 지난 15일 21대 총선을 기점으로 40% 이상 급등했다. 지난 3월 결정된 CB의 예상 전환가액 9750원을 고려하면 발행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이번 CB는 3년 만기 총 2400억원 규모에 발행수익률 3.70%로 오는 6월 9일부터 구주와 일반공모 청약을 거쳐 17일 발행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이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BBB+ 신용등급을 보유한 데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라는 것만으로도 CB 발행에 무리가 없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근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환가액 확정일인 6월 4일까지 현대로템의 주가 향방은 예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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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으로선 다가올 청약일까지 경협 수혜감이 지속되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전환가액 확정시까지 현재 주가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잠재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조달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주가 측면의 메리트가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3년물 BBB급 크레딧 스프레드는 여전히 국고채 대비 660bp 안팎에 형성돼 있다. 그마저도 발행시장에서는 종적을 감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3.70%라는 발행금리를 감안했을 때 전환가액 대비 높은 주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 셈이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증자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채가 줄어들고 그만큼 자본이 늘어나며 지난해 말 기준 360%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너무 주가가 높은 시기에 전환권이 행사되면 오버행(물량부담) 이슈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발행 한 달 뒤인 7월 17일부터 주가가 15일 이상 전환가액 대비 140% 이상을 유지할 경우 현대로템이 조기상환(콜옵션)을 요청할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두 차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도 불구하고 A급 신용도를 내준 상황에서 대주주인 현대차 측에서도 증자에 참여하기 곤란해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영업현금흐름으로 재무개선이 쉽지 않은 현대로템 입장에선 빠른 시일 내 주식전환될 경우 증자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약일까지 두 달여의 기간이 남았다. 코로나19로 흔들린 변동성 장세에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 지난 20일 통일부가 남북 철도사업 재추진을 공식화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중설이 퍼지는 등 현재로선 현실화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현대로템 측에서도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를 고려해 발행 후 3개월마다 전환가액의 재조정 조항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은 발행 확정가 기준 80%까지 조정될 수 있다.
지난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간 현대로템 주가는 15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남북 철도 경협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로템이 철도·신호시스템·차량 부문에서 30조원 규모 신규수주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대북 관련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급격한 조정을 거쳤다.
경협 기대감을 제외하면 현대로템의 주가의 하방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증권사 현대로템 담당 한 연구원은 "회사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이 때문에 1분기 적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라며 "2분기까지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 반영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전 사례를 고려하면 실적과 무관하게 형성된 현재 주가는 잠재 투자자 입장에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 전반이 미리 과열된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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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