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향 반도체조차 수요 감소...외국인 이탈
-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최근 두 달새 20%가량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사태 초기만 해도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소위 언택트(재택ㆍ격리 관련) 수혜를 입을 거라 예상됐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며 반도체 수요가 꺾인 까닭이다.
다시 어두워진 반도체 업황 전망과 이에 따른 컨센서스 하향 조정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재하락을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4월 넷째주 들어 삼성전자는 다시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6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잠정실적을 내놓자 시장은 환호했다. 당초 컨센서스가 6조1000억원 안팎이었고, 보수적으로 5조원대 중후반을 내다보는 목소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 선방의 배경은 역시 반도체였다.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전 반도체 수요가 완연한 회복세였던 까닭이다. 실제로 6조4000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 중 3분의 2인 4조1000억원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순항하던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4월 초를 기점으로 꺾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수요를 잠식해버렸다.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이 수요마저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핵심 품목인 8기가바이트 디램(DDR4 8Gb DRAM)의 현물(Spot) 가격은 한달 전 대비 1.8% 하락한 상태다. 최근 1주일간 1.5% 하락했다. 공급 측에서 적극적으로 견적가를 낮춰 제시하고 있지만, 구매자들이 상황을 관망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3월 한때 8조원대 초중반까지 상승했던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현재 7조원 수준으로 20%나 낮춰진 상황이다.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보수적으로 6조5000억원대까지 낮춰 잡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추가 하향 리스크도 여전히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수요 둔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디램 시세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SK하이닉스부터 매도했다. 4월 셋째주(13~17일) 금액 기준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1위가 SK하이닉스였다. 넷째주인 20일에 들어서부턴 삼성전자도 매도하기 시작했다. 20~21일 이틀간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1위에 삼성전자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17일 삼성전자에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가 들어왔지만, 이는 차익거래를 위한 일시적 현물 매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매수로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들은 선물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베어포지션(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을 잡았다. 금요일 매수한 수량은 이미 20~21일 이틀간 모두 털어낸 상태다.
2분기 컨센서스 조정과 함께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역시 40조원에 육박하던 수준에서 32조~34조원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반도체 최고 호황기였던 2018년의 영업이익 수준(약 59조원)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2년 이상은 더 기다려야 할 거란 분석이 많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1년 새 52주 최저가에서 최고 54%가량 반등했다. 그러나 현재 컨센서스대로라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4조원 안팎, 약 14%가량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회복세에 비해 주가 회복세가 다소 빨랐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바일 및 가전 수요 약세는 예상할 수 있지만, 반도체 수요까지 약세로 전환할 거라고는 다들 크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최근 넷플릭스같은 언택트주 역시 경기 침체로 사용자들의 수입이 끊겼을 때, 지금같은 성장이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