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극심…자구책 역부족
그룹 지원 의지가 적다는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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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신용등급인 CJ CGV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에 1000억원을 신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로 관객수가 급감하며 경영난에 처한 상황이 명백하지만 ‘낙인효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P-CBO는 유동성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을 묶어 신용보강을 통해 우량등급으로 만든 유동화증권을 말한다. 주로 신용등급이 낮아 시장에서 사채 발행이 어려운 BBB급 비우량사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제도다. 우량등급 기업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자력으로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게 되는 셈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과 함께 묶여 발행되다보니 평판 훼손이 뒤따른다.
물론 회사채 시장 냉기가 계속되며 A급 기업들도 P-CBO를 찾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 악화 장기화 우려로 투자자들이 여전히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면서다. 지난주 마감된 신용보증기금의 코로나19 대응 P-CBO에는 다수의 A급 기업들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A-, A도 아닌 ‘A+’인 CJ CGV가 P-CBO를 신청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우선 CJ CGV가 현재 신용등급이 ‘하향 검토’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크레딧 리스크를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들도 ‘부정적’ 전망 등 크레딧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P-CBO를 신청한 A급 기업들은 있지만 A+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A+급이면 회사채신속인수제 등 다른 제도가 있을텐데 왜 P-CBO를 신청한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만큼 급한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코로나 여파로 영화관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누적기준 국내 관객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40% 감소했다. 3월1일~14일까지 집계된 관객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85%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관객수가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지난달부터 직영 극장(116개)의 30% 영업 중단, 희망퇴직, 임금 삭감 등 강도높은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비교적 잠잠해지며 영업을 중단한 일부 영업점들은 이달 29일 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높은 고정비가 나가는 영화관 구조상 CJ CGV는 1분기 창사이래 첫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외 사업도 문제다. 2019년 연결기준 CJ CGV의 지역별 매출비중은 한국 57.1%, 중국 18.7%, 터키 7.5%다. 중국은 1월부터 전 지점 영업을 멈춘 상태고, 터키 지점들도 3월부터 셧다운되며 전사 매출의 약 80% 이상이 코로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가늠이 어려운 가운데 사실상 그룹 내 지원의지가 적은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CJ CGV의 재무안정성 악화를 막기 위한 자본 확충 필요성 등 그룹 차원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3월 보고서에서 CJ CGV가 지난해 말 3336억원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확충효과가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해외법인 프리IPO 등 자본확충 카드도 소진했다는 판단이다. 또 남아있는 총수익스와프(TRS) 손상 관련해서 내년 4월 이후 현금유출이 예상되고 있다. CJ CGV는 올해 11월 500억원의 공모채, 10월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 CGV가 그룹 내에서도 유동성이 충분한 곳이 아니기도 하니 정부의 손을 빌리는 고육지책을 썼을 것”이라며 “회사와 그룹에서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지만 ‘영화관 사업을 가져가는게 맞나’ 등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증권사 담당 연구원은 “그룹 입장에서 상장할 것도 다 했고, 자금도 이미 넣었고 현재 할 수 있는 방안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다만 CJ CGV가 CJ그룹이 내세우는 ‘아시아 넘버원 콘텐츠기업’의 큰 카테고리 안에서 역할을 하고 있고, 설사 매각을 하려해도 매수자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화 산업이 기간산업에 비해 전방위적 지원을 받을 명목이 모호한 점도 결국 P-CBO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관에 대한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9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액이 일부에 불과하고 향후 내야 할 부분을 감면해주는 제도라 효과가 크지 않다. 장치산업인 영화관은 임차료 등 고정비가 제일 큰 부담이지만 이 부분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CJ CGV 측은 “코로나로 일시적 어려움이 큰데 채안펀드도 해당이 되지 않고 조건이 충족된 제도가 P-CBO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신청하게 됐다”며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가 진정되면 관객은 금방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극장 중심의 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차환 연장 등 금융면에서 다각도로 지원 방안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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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