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ELS 줄였지만 수익 급감...IB 부문도 '코로나' 이슈
하나ㆍ신한證, 수익 감소폭 제한...자기매매 '잘 버텼다'
2분기 이후 변수 산재...은행계 증권사 실적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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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서열이 고착돼있다시피 하던 대형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순이익 기준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간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서 자본력에서 앞서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수익은 크게 줄었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던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가 약진했다.
물론 한 분기 성과만으로 우열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논하긴 어렵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간 끊임없이 지적받던 일부 초대형IB의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고(高) 리스크ㆍ양적 팽창 위주로 이뤄지던 사업구조에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지 주목된다.
2020년 1분기 대형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4곳(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의 합산 순이익은 1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858억원 대비 70%나 줄었다. 국내 증권업 올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60% 수준임을 감안하면, 은행계 증권사 역시 수익성 급락을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다만 개별사로 따져보면 큰 차이가 있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순이익이 1000억원 이상 급감하며 수익성이 큰 폭으로 훼손됐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순이익 감소폭이 업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30%대에 그쳤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은행계 증권사 중 가장 큰 순이익을 기록한 건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였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NH-KB-신한-하나'로 고착화돼 있던 은행계 증권사 서열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KB증권의 실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예 적자로 전환한 까닭이다.
KB증권은 이번 1분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일회성 손실을 인식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에 실패해 480억여원의 손해를 본 게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 출신 신재명 부사장이 이끄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은 지난해에도 운용 난조로 KB증권 수익성 하락의 원인이 됐었다.
KB증권의 지난 3월말 기준 ELS 발행 잔액(ELB 제외)은 약 6조원으로 삼성증권ㆍ한국투자증권에 이은 업계 3위다. 자기자본이 두 배 많은 미래에셋대우(5조5000억원)보다도 운용 규모가 크다. KB증권은 이중 약 45%가량을 자체 헤지를 통해 운용해왔다. 3월 글로벌 증시 급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손실이 누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 관련 총수익스왑(TRS) 거래에서 400억원의 손실을 인식했고, 19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트레이딩 부문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했지만, 지난해 파생상품을 크게 줄여놓은 덕에 그나마 분기 흑자는 유지했다는 평가다. 한때 미래에셋대우ㆍ한국투자증권과 업계 수위를 다투던 ELS 하우스였던 NH투자증권은 2018년 4분기 자체 운용 손실이 발생하자 2019년 적극적으로 발행 규모를 줄였다. 3월말 현재 ELS 발행 잔액은 3조7000억여원으로 업계 평균보다 적다.
국내 증시 일일 거래액이 평균 20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브로커리지 수익도 지난해 1분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핵심 수익원이던 기업금융(IB) 부문의 신규 거래가 3월 이후 멈추다시피 하며 당분간 실적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잘했다'라기보단 '잘 버텼다'는 평가가 많다.
하나금융투자는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난데다, 매매평가익이 +32억원으로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하락 폭이 제한적이었다. ELS의 경우 3월말 기준 잔액이 약 4조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대부분 자체 헤지 운용이 아닌, 백투백 헤지를 선택해 시장 출렁임에 따른 손익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1분기 중 외환거래 부문에서도 상당한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2019년 기준 영업이익의 40% 이상이 투자금융(IB) 부문에 집중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건 하나금융투자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의 대규모 자본 확충으로 투자 여력이 늘어났지만, 자본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올 1분기 자기매매 부문에서 470억원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1분기 788억원 대비 규모가 줄긴 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가 자기매매에서 적자를 낸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룹 GMS 부문장으로 그룹의 자산운용을 책임졌고, 업계에서 손꼽히는 채권 전문가이기도 한 김병철 전 사장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룹 GIB부문이 지난해 1분기 대비 2% 성장하며 신한금융투자도 수혜를 입었다. 신한금융투자의 2020년 1분기 IB부문 수익은 오히려 70% 성장한 31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라임사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등 금융사고로 인한 고객 이탈과 브랜드 평판 저하는 올해 신한금융투자의 발목을 두고 두고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1분기에 2018년 1분기 대비 두 자릿수 역성장을 겪었기 때문에, 지난해 안좋았던 실적의 역기저효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2분기 들어서도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규모가 20조원을 상회하며 브로커리지 부문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IB 부문이 언제부터 정상화가 가능할지, 자기매매 부문에 어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보강하는지가 실적 차별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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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7일 16: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