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 등 매각으로는 부족…밥캣 등 매각 필요성 거론
육성의지 밝힌 사업 외엔 모두 잠재 매물 평가
-
두산중공업의 3조원 규모 자구안이 제출되면서 앞으로 어떤 자산들이 매각되느냐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채권단이나 두산그룹은 각 계열사의 주가에 미칠 영향이나 공시 절차 등 위반 가능성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매각대상이 될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팔려는 기업이 대부분 상장사다 보니 이사회나 공시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선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매각 대상 기업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에서 이사회를 거쳐야 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구체적인 매각 대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채권단도 두산그룹의 자구안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이 있으니 수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두산그룹 현재 상황으로는 기존에 매각 움직임이 있었던 자산들만 팔아서는 조달 목표를 채우기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다음달 마련될 경영정상화 계획에 그룹의 핵심 자산인 두산밥캣 매각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실제 매각여부는 두산그룹 오너일가와 채권단의 의중이 합치되어야 한다.
두산그룹은 지난 27일 두산중공업 3조원 규모 자구안을 확정해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재 그룹 실사가 진행 중이며, 실사가 마무리 되는 다음달 말께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자구안'이 그룹의 의지라면 '경영정상화 방안'은 실제 실행 방식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설명이다. 즉 무엇이 팔릴지, 남을지는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확정된다.
대주주는 사재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룹 차원에선 자산 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 자구 노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중 대주주 사재 출연이나, 비용 절감은 채권단의 지원 명분을 얻기 위한 ‘상징적’ 방안이란 평가다. 현실적으로는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두산그룹이 내놓을 만한 자산들은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두산메카텍, 두산중공업의 수처리 사업, 두산타워, 두산건설 등이 꼽힌다. 매각이 상당 부분 진척됐던 곳도 있었고, 물밑에서 수요를 확인하다 그친 경우도 있었다.
-
다만 이들 기업만으로 3조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대부분 절대적인 기업 가치가 높지 않은 데다,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라 두산그룹이 원하는 금액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두산솔루스만 해도 두산그룹이 지분 50%에 1조원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에서 보는 금액과는 차이가 컸다. 회사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등 수천억원이 필요한데 대주주가 이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알짜 회사를 매각한다기 보다 부담을 시장에 전이하는 것으로 봐야하는 것 아니냔 시선도 있다.
두산퓨얼셀은 시가총액이 4000억원 수준으로 1조원가량인 두산솔루스보다 시장가치가 훨씬 낮다. ㈜두산은 작년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하며 2381억원의 가치를 매겼다. 두산타워 등 매각 때는 그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 상환도 염두에 둬야 한다. 두산건설은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상 결국 그룹의 핵심인 두산인프라코어 혹은 두산밥캣이 매각 대상에 오를 필요성이 거론된다. 즉 이번 자구안에 이들 기업의 매각 계획을 담았든 그렇지 않든 최종 정상화 방안엔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산밥캣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진 두산밥캣 지분 51%의 시가는 약 1조2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30%가 붙는다면 1조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쥘 수 있고, 이를 두산중공업에 지분율대로만 올린다 해도 5000억원 이상이다. 두산밥캣은 북미가 주요 거점이다보니 매각 결과에 따라 막대한 달러화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이 어떤 용도로 자금을 활용하든 3조원은 유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구안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다지만, 최종적인 그림은 실사가 완료돼야 확인된다. 두산그룹이 매각 대상 기업들의 가치를 높게 봤다면, 정상화 방안엔 부족분을 더 채워넣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중공업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에도 두산중공업은 국가 전력수급 체계 상 살려야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이 전력 사업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8일 17: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