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트레이딩ㆍ운용서만 2000억 손실 전망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에 발행ㆍ운용도 최대
ELS 투심 식고 운용 쉽지 않을 듯...올해 실적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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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손실에 대한 증권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행잔액 및 자체헤지 비중면에서 국내 1위인데, 3월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자체 헤지 과정에서 2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조기상환이 지연되며 향후 상품 판매가 쉽지 않아진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파생상품 판매 및 운용손익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구성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넉넉한 보상이 주어진 시점에 벌어진 참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일단 500억원 안팎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3월 예상치 기준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비관적인 숫자가 제시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는 아주 긍정적인 예상치로 200억~250억원 정도가 제시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85억원을 제시했다. 전년동기 대비 93% 낮은 수준이다.
이익 쇼크의 원인으로 'ELS 운용손실'이 한 목소리로 지목된다.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1분기에만 트레이딩 및 운용 부문에서 1600억~2100억원의 손실이 났을 거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1분기 말 기준 삼성증권의 ELS 발행 잔액 규모는 7조2700억여원에 이른다. 증권사 중 가장 많다. 원금보장형(ELB) 및 파생결합증권(DLS, DLB)를 모두 포함한 파생상품 발행 잔액은 11조7500억여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이중 삼성증권이 직접 운용하는 자체 헤지 비중을 80% 안팎으로 보고 있다. 위험노출액 규모만 7조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까지 맞아 떨어졌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7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ELS를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 수익과 운용손익이 두 자릿 수 성장을 기록한 덕분이다. 전체 순영업수익 중 금융상품 판매가 22%,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가 43%의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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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생증권 판매 수익이 1463억원으로 33%나 늘었는데, ELS 조기 상환 규모가 2018년 6조7000억원에서 2019년 11조4000억원으로 급증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ELS 상품 연계 운용 규모는 20%, 운용손익은 36% 늘어났다.
올해 코로나19 글로벌 펜데믹(전세계적 유행병)이 불거지며 지난해까지 유효했던 '성공 전략'이 한 순간에 리스크 요인으로 바뀐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 7년만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를 냈는데, ELS 운용 관련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에 따른 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 뒷말도 무성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이 파생운용본부 등 ELSㆍDLS 설계 및 운용, 판매 인력들에게 지난 3월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난 데다가, 삼성증권 자체 헤지 운용 인력에 대한 주요 증권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증권의 5억원 이상 임직원 3명 중 파생상품 관련 인력이 2명이었다. 삼성증권은 리테일 인력의 경우 연 단위로 성과급을 정산해주기 때문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는 주로 고위 임원과 리테일 인력이 연봉 상위로 공시된다. 이 때문에 이연성과급제를 적용받는 운용 및 투자금융(IB) 부문 인력의 보상 체제는 반기보고서가 더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이연성과급 비중에 따라 역산하면 홍장표 파생운용본부장은 2018년 성과에 대해 8억원, 파생 운용 담당 박지만 디렉터는 10억원의 성과급을 책정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엔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두 자릿 수 성장을 했기 때문에 성과급 역시 더 높아졌을 거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부서장 이하 시니어급에게도 10억원 안팎의 성과급이 주어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성과급이 책정된 이후 자체 헤지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대신 운용을 보수적으로 하기로 소문이 나 있지만, 규모가 규모이다보니 손실을 완전히 피할 순 없는 상황이었을 거란 게 복수 관계자들의 평가다.
시점이 묘하지만, 역대급 성과급 책정 직후 대규모 손실이 불거진 셈이다.
4월 들어 글로벌 주요 지수가 회복하며 마진콜 압박과 추가 대규모 손실 우려는 일단 잠잠해진 상황이다. 문제는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해 2월 사이 발행된 ELS의 조기상환에 일단 물 건너 간데다, ELS에 대한 투자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4월 ELS 발행액은 28일까지 1조9570억여원으로 최근 3년래 최저 수준이다. 3월 대비 50%, 2019년 4월 대비 80%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는 지난해 같은 발행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브로커리지 부분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증권 입장에서 다행인 부분이다. 12ㆍ19 대책 이후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쌈짓돈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삼성증권으로'라는 인식에 모여든 까닭이다. 객장마다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대기시간이 한 없이 늘어졌다. 비대면 고객자산 역시 올해에만 4조 늘었으며, 1억원 이상을 예탁한 개인 고객도 1만명이 넘었다.
IB 부문 역시 지난해 늘리기 시작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이 어느정도 수익 방어를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신용이 많지 않아 관련 충당금 부담도 크지 않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 수익의 큰 축인 ELSㆍ자체 헤지가 올해 미증유의 사태로 흔들림에 따라 경영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1분기 뿐만 아니라, 올해 연간으로도 삼성증권의 트레이딩 및 운용 수익이 마이너스(-) 1500억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분기 ELS 기초자산 지수가 급락해 관리비용이 든 건 사실이지만 이후 부담이 줄고 있고,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공식 발표가 있어야 한다"며 "파생 관련 성과급의 경우 업계에서도 낮은 편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근래 핵심 인력의 이탈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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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9일 11: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