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엑시트 감안하면 상장밸류 최소 1.2조~2조 돼야
월 흑자 냈지만 매출성장 아닌 단기 비용통제인 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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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최초로 국내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티몬이 중국 특가몰 'VIP숍'을 모델로 잡고 2조원 수준 밸류에이션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간 비용 통제로 만든 월간 흑자를 발판으로 몸값 높이기를 시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업계에서는 티몬의 사업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티몬은 최근 미래에셋대우를 상장대표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처음 최초 월 흑자를 기록하며 연간 흑자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티몬은 흑자기조를 유지해 시장의 신뢰를 얻은 후 상장에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티몬은 지난해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상장 후 주가가 6개월 이내에 초기 공모가격에 비해 9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공모가격의 90%가 되는 금액으로 투자자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 티몬 측도 이를 우려해 추후 거래소와의 협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2022년으로 상장 타임라인을 다소 여유롭게 잡을 계획이었다.
다만 최근 3년 내 테슬라 요건에 의해 기업을 상장시킨 경험이 있으면 우량 증권사로 인정받아 이 환매청구권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번에 주관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카페24를 테슬라 요건으로 최초로 상장시킨 바 있어 위 조건에 해당한다. 양측 모두 리스크를 던 셈이다. 당초 알려진 대로 한 중소 증권사를 염두에 두고 협의했지만, 미래에셋대우와 막판 공감대를 형성해 주관사 선정까지 비교적 빠르게 진도를 뺐다는 후문이다.
주관사 선정전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1조 초반대에서 2조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주주인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회수)를 감안하면 적정시가총액은 1조2000억~2조원 수준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티몬 측은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말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티몬 고위 관계자는 "메인게임은 언젠가 있을 투자금 회수(엑시트)일 텐데 높은 공모가로 상장했다가 향후 주가가 낙폭할 리스크를 지는 것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밸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몬 기업가치를 2조원대로 추산한 한 증권사는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 VIP숍을 기준으로 잡았다. VIP숍의 시가총액은 약 15조원 수준인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8배 수준이란 점을 대입하면 티몬의 시총은 대략 2조원 수준으로 산출된다는 논리로, 티몬 측도 부분 공감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VIP숍은 중국의 특가몰로, 티몬과 기업 정체성이 비슷하다는 평을 받는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거 카페24를 상장시킬 때 미국의 쇼피파이를 모델로 잡고 상장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VIP숍 모델도 충분히 고려해봄 직한 스토리"라고 밝혔다. 카페24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지난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한국판 쇼피파이'라며 투자 대박 사례로 일컬어졌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시각에선 기대감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지속가능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과 단기 비용통제로의 흑자전환 실익은 미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매출 규모가 이슈다. 지난해 티몬 매출은 1787억원으로 전년(1716억원) 대비 크게 늘지 않았다. 영업손실도 100억원정도 줄이는 데 그쳤다.
투자업계에서는 티몬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취급고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고 지적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비용을 통제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려 하는데, 이익 레벨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란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회사 측은 직매입매출이 포함된 중단사업손익(슈퍼마트)을 반영하지 않으면 실질 매출규모는 6721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하지만, 직접물류 인프라마저 정리하며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마저 정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 티몬이 실질 수익성 논리가 없으니 VIP숍 모델 등으로 상장 스토리를 만드려는 계획인 듯하다"며 "KKR 등 대주주가 매각이 여의치 않자 온라인 사업이 고점일 때 상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단순 비용 통제로는 이 기업에 미래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거론되는 조 단위 밸류 또한 버블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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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