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4월 더블딥' 전망...초유의 유동성 장세 영향
"유동성 영원할 수 없어" vs "코로나때문에 지속될 것"
2021년 이후 '비세계화'도 국내 중시에 큰 변수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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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허황된 소리라고 여겼던 현대통화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로 결국 현실화됐다. 경제 제도가 확립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고려조차 되지 않았던 미국의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지금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미증유의 재난인 코로나19 앞에서 그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논리와 이론들이 하나하나 뒤집히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는 결국 그래서 금융시장은 어떻게 되느냐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증시에 대한 전망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가운데 신용 우려로 인해 채권 시장도, 대체투자 시장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당장 투자자들의 이목은 '더블딥'이 올 지, 온다면 언제 올 지에 쏠린다. 코스피 지수가 한 달 가까이 위태위태한 박스권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양매도 장세'를 보이자 투자 주체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월 혹은 5월 중순 전에 증시가 다시 바닥을 확인하러 갈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틀렸다. 3월16일 'S&P500지수가 2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단기적 비관론을 내놨던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주요 지수가 바닥을 찍은 것 같다'며 약세장 전망을 철회했다. 최악의 경우 1100선까지 대비해야 한다던 코스피지수는 4월20일 1850선을 한 차례 점검한 뒤 줄곧 1900선을 지지하며 강한 모습이다.
증시 강세의 배경으로는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살포된 미국발(發) 현금 유동성이 꼽힌다. 미국 연준은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와 신용공급으로 금융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지난해 말 3조9000억달러 수준이었던 연준 자산 규모는 현재 7조달러(86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불과 2달 동안 지금까지 시장에 공급해온 것과 맞먹는 규모의 유동성을 새로 공급한 셈이다.
유동성의 힘은 엄청난 효과를 보였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최근 9200선을 잠시 회복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 종가(9092.19)보다도 높은 것이다. 최근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3배를 돌파했다. 2001년 이후 19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4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었는데, 돈이 넘치다보니 굳이 자산을 현금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최근 글로벌 증시가 대부분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아주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이미 증시의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1만9000명까지 줄었던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봉쇄 일부 해제와 함께 다시 급증해 14일 2만2000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결국 핵심은 유동성 이슈라는 것이다. 더블딥이 올지, V자 반등이 정말 이뤄지는 것인지 향후 증시를 전망하려면 결국 유동성 변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건 미국의 마이너스금리 여부다.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투자자들은 현금을 저축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때문에 더 많은 유동성이 시중에 풀려나오게 된다. 미국 금융시장은 이미 이를 일부 선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더 낮춰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마이너스금리는)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명백히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시장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2021년 상반기 중 마이너스금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반기 집중될 미국의 국채 발행도 핵심 변수다. 미국 재무부 코로나 대응을 위해 3조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준이 그간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과 비슷한 규모다. 국채를 발행하면 다시 시중 유동성이 정부 측으로 빨려들어오게 된다. 정부 지출이 집행되기 전까지 유동성이 경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동성 장세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유동성 공급은 결국 정부의 막대한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까닭이다. 연준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인 지난해 하반기 테이퍼링(자산감축)에 열을 올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5월엔 팔아야 한다(Sell in May)는 말이 나오는 건 유동성 공급이 영원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지속되는 한 유동성 공급은 이어질 것이며, 악재는 3월 급락장에 모두 선반영됐다는 논리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동성 장세 이후엔 본격적으로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코로나 이후) 장세가 다가올 전망이다. 문제는 2021년 이후의 전망 역시 잡음과 안개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건 '비세계화'(De-globalization)다. 중국 및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확립된 이 경제 체제가 당장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보여준다"고 발언했다. 또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물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같은 날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는 미국 아리조나주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흐름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이자 핵심 기업 대부분이 수출로 활로를 찾고 있는 한국에 불리한 흐름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성장동력이 대부분 식어버린 상황에서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중국을 통한 중간재 무역으로 부를 쌓아왔던 최근 10여년간의 성장 공식은 통하지 않게 된다.
코스피시장은 이미 무역분쟁으로 인한 '쓴 맛'을 경험했다. 2019년 연간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은 102조원으로 2018년 162조원 대비 37% 줄었다. 반도체 불황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약 30조원가량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요 상장사의 체력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미중ㆍ한일 무역분쟁이 핵심 원인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말만 해도 175조원 수준이던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월이 지나며 140조원대로 크게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연속 하락세가 확실시된다. 문제는 이 예측에 무역분쟁 재점화와 비세계화는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상승 요인은 크지 않고 하락 요인은 아직 남은 상장사 어닝(earning)을 생각하면 코스피 2000선 회복도 멀게만 느껴진다"며 "올해 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여부도 큰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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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