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내기 어려워 성장성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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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주식발행(ECM) 관련 부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잇따라 기업공개(IPO)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굵직한 주식 대량매매(블록세일)이 이어지며 IB부문의 '믿을맨'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사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부실 뇌관'으로 변했고,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며 DCM(채권시장)도 힘이 빠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가 ECM에 주력하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CM 부문은 경쟁이 심화한 지 오래돼 고수익을 노릴 수 없는 까닭에서다. 아직 해외 대체투자를 통한 수익률 창출은 필요하다고 보는 플레이어가 많은 만큼 증권가의 '포스트 코로나'는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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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형증권사들은 2018년 이후 ECM 조직 확충에 전력을 다해왔다. 삼성증권은 한때 'IPO 인력 블랙홀'로 불렸고, 주요 증권사들이 잇따라 부서를 늘렸다. 코로나19로 IB부문 영업이 침체된 이 와중에도 인력 채용은 현재진행형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IPO 관련 인력을 늘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증권사에서 기업 커버리지나 채권 관련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는 온도차가 확연하다.
실제로 이달 들어 IPO 시장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IPO 심사청구 건수는 2월(5개)과 3월(4개)에 비해 4~5배 늘어난 20건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이 주를 이뤘다. 밸류산정 시 고려하는 경쟁사의 주가도 급등하는 등 호재가 가득하다. 비대면(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몬도 상장 채비에 돌입했고 롯데홈쇼핑도 IPO 시장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주식 관련 대규모 블록세일도 잇따랐다. SK E&S가 차이나가스홀딩스 지분 전량을 1조8000억원에 매각했고, 테마섹이 셀트리온ㆍ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6000억여원 어치를 국내외 기관에 매각했고, 씨제이이앤엠도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1600억여원어치를 처분하는 등 연초부터 빅딜이 이어졌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주요 글로벌 증권사들은 해당 거래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이다.
ECM의 호황은 코로나 사태 전후 부진한 타 부문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DCM 부문은 발행과 상환이 어려워지는 등 영업환경이 악화했다. 해외 대체투자도 실사의 어려움으로 신규 투자가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리스크가 있다.
한 대형증권사 대체투자 관계자는 "올초에도 증권가에서는 어떻게 돈 벌지 막막하다는 말이 계속 나왔었다"며 "해외 대체투자가 그나마 답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통 ECM에 주력하는 것이 증권사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타 부문의 부진 때문에 부각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CM은 기본적으로 수익원보다는 '관계 형성을 위한 영업 최전선' 역할을 해왔다. 투자 수익보다는 수수료(Fee) 베이스 수익 체제를 갖추다보니 꾸준히,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공모 주식 발행(전환사채 등 메자닌 포함)을 통해 벌어들인 총 수수료는 100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표면적으로 잡히지 않는 사모 거래 수익이나 상장전 투자(Pre-IPO)를 통한 투자 수익 등을 통해 규모를 점차 키워나가고는 있지만, 국내 주식발행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보니 성장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한 시장관계자는 "ECM은 DCM 쪽이나 해외 투자가 잘 안 되다 보니 주목 받는 것이라 장기적인 건 아닐 것이다"며 "아직도 시장의 반은 대체투자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IPO 실무자들도 신중을 기하려는 모습이다. 코로나의 2차감염 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추가 증시 변동성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IPO 실무자는 "심사청구 건수가 늘어서 기쁘긴 하다"면서도 "몇개나 공모로 나올지는 주식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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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