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 1900억 만기도래…가동 앞둔 SPV도 미스매치
정책 사각지대 못 벗어나는데…"지원 원칙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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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안정펀드가 회사채 매입 범위를 A+등급으로 확대했지만 같은 등급인 LG디스플레이는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당국의 크레딧 시장 내 등급하락 쇼크를 우려한 조치임에도 LG디스플레이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조달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당국은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중대본) 회의를 열고 A+로 등급이 하향 조정된 회사채도 채안펀드가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채안펀드 가동일인 4월1일 이후 A+로 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으로 조건을 한정했다. 금융시장 안정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수급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지만 코로나와 무관하게 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제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국내 3개 신용평가사는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등급 조정 시점이 4월1일 이전이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채안펀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채권시장에선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1900억원 규모 차환일정을 주목하는 한편 채안펀드 외 다른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이후 악화한 업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기존 LCD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하며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단기간 내 차입부담 이상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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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A등급 이하 회사채의 소외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심리는 거꾸로 악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5월 셋째주 들어 A+등급에 대한 투심 회복은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SKC의 16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약 2000억원의 주문이 몰렸고 매일유업은 목표금액인 600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모았다. 4월 1일 이후 A+등급으로 하락한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채안펀드의 후속조치가 흥행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SKC의 경우 동박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매일유업은 이달 들어 등급전망이 '안정적'으로 조정됐다. LG디스플레이가 올초 등급 하락과 동시에 신평사 두 곳으로부터 '부정적' 전망을 부여받은 것과 대비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하위등급으로 온기가 퍼지는 상황에서도 투심은 결국 개별 기업에 따라 나뉠 수밖에 없다"라며 "같은 A+ 등급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선별적 투자가 이뤄질 전망인 가운데 채안펀드가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새로운 변수로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금융당국은 20일 한국은행이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10조원 규모 SPV를 설립하기로 확정하고 기업당 지원총액의 2%(약 2000억원)까지 한도를 설정했다. LG디스플레이가 다음달까지 마련해야 하는 1900억원을 넘기는 액수다.
그러나 SPV 가동 시점이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 발행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SPV 출자금 투입을 위한 3차 추경안이 빠른 시일 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LG디스플레이의 다음 만기일인 6월2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신용공여를 통해 기존 대출을 차환했던 것처럼 LG디스플레이가 직접 조달보다 기존 거래 은행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크레딧 담당 한 연구원은 "공모 발행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채안펀드나 SPV의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고 결국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일각에서는 채안펀드가 초기부터 AA- 이상 우량기업만 지원 대상으로 삼아 LG디스플레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시장 안정화 조치의 원칙상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채권 담당 한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1차로 조달한 3조원 중 절반 정도만이 집행됐다는 점을 들어 매입 범위가 타이트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결과론적인 분석"이라며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코로나 때문에 위기에 처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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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