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비율 감안해 현 주가보다 40%가량 낮은 공모가
'현 주가에 국제선 셧 다운 이미 반영'...차익거래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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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1조원 규모 공모 유상증자에 국내 기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들어가면 절대 잃지 않는 패'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실적과 업황은 역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역대급 유동성 장세에 정부의 지원 의지로 주가가 떠받쳐지며 저위험 고수익 차익거래(아비트리지;Arbitrage)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차익만 40%에 육박한다. 사실상 일반공모 기회는 없을 거란 평가도 나온다. 6월 중순으로 예정된 신주인수권 매매에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대한항공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73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 분기 적자 규모가 지난해 연간을 넘어섰다. 양(+)의 흐름을 유지하던 영업이익조차 적자 전환했다. 여전히 하늘길은 막혀있고, 글로벌 펜데믹(세계적 유행병) 상황에서 언제 회복될 지 전망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 대한항공 주가는 3월 중순 저점을 찍고 2만원 부근을 회복한 후 버티고 있다. 현행 발행 주식 수의 80%를 추가 발행하는 1조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 뒤에도 단기적인 출렁임이 있었을 뿐이다. 정부의 지원 방침과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대한항공을 죽이지 않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상황에서 주가는 15년전인 2005년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하는 수요가 유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유상증자는 '더 싸게 대한항공 주식을 매입할 기회'처럼 여겨지고 있다. 증자비율까지 고려된 1차 발행가액은 1만2600원으로, 현 주가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할인율은 20%지만, 1차 발행가액엔 기존 주식 수 대비 신규 주식 수까지 반영해야 해서다.
2만원 안팎의 현재 주가 수준을 7월 초까지 유지한다면 2차 발행가액은 1만6000원 안팎이 되고, 둘 중 낮은 가격인 1차 발행가액이 최종 발행 가액이 된다. 만약 7월 초 갑작스럽게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안전장치를 하나 더 뒀다. 청약일 5거래일 전인 7월 2일부터 6일까지 대한항공 주가가 1만2000원선으로 급락하면, 이 시기 가중산술평균주가에서 40%를 할인한 금액을 확정 발행가액으로 한다.
투자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는 구주주 기준 청약일인 7월10일부터 신주 상장일인 7월29일까지 주가가 급변동할 가능성 정도다. 이 시기 주가가 급락해 1만원 이하로 떨어진다면 증자 참여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 주가는 매출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국제선이 셧 다운(운항 중단)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보다 더한 악재가 7월 중 찾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기관은 일반공모 청약 물량이 아예 나오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청약 전략을 짜고 있다. 현재 예상 발행가 및 주가 추이를 고려하면 구주주 청약에서 일찌감치 완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대한항공 주식이 없거나 적은 기관은 6월24일부터 5거래일간 상장 거래될 신주인수권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기 신주인수권을 구매하면 구주주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현 주가(2만100원) 및 예상 발행가(1만2600원) 기준 신주인수권의 내재가치는 7500원에 이른다. 7000원선에서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신주인수권에 1000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구주주 초과 청약 제도가 도입되며 구주주 청약 한정으로 보유한 신주인수권의 20%를 초과청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5장의 신주인수권을 가진 주주는 구주주 청약때 6주를 청약할 수 있다. 시세 차익을 고려하면 초과청약이 유리하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 내재가치 7500원의 신주인수권을 9000원에 매입하더라도 손해가 아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9월까지 개별 주식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 유동성 장세까지 겹쳐 연초 HDC현대산업개발의 증자와는 주가 흐름이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한항공을 1만2000원대에 매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많은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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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