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보유 전자 지분가치 25兆...6.3%p 확보 가능
금산분리ㆍ전자 지배력ㆍ신성장동력 이슈 해결
'명분'이 변수..."이 부회장 재판도 완전히 끝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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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덕분에 삼성그룹은 지배구조ㆍ승계 해법에 하나의 '대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삼자 거래'를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팔고, 이 대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삼성그룹을 괴롭힌 승계 이슈들 상당수가 해결된다. 즉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간 금산분리 문제가 해결되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도 가능해진다.
때마침 이재용 부회장의 준법 발언이 나왔고,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교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다만 실제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진행 중이고, 조단위 규모의 내부 지분거래를 진행하는 뚜렷한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설 경우 현실화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
26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의 가치는 1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폭등하면서 지난해 말 8~9조원에 불과한 지분가치가 2배로 뛴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는 시원치 않은터라 30조원을 헤아리던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어느새 25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기대됐던 반도체 랠리가 코로나19로 미뤄지고, 미중 무역갈등 재개 조짐에 대형 수출주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코스피 2000 랠리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철저히 소외됐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여전히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중추는 아직도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다. 그리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8%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추진되면 상당부분 이를 처분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그러나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의 급상승이 이런 고착된 구조를 해결할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게 복수 금융권 관계자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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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이 진행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8%대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3%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급감하는 터라 그룹에서 이 지분을 그룹에서 흡수해야 한다.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할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인데, 그 동안은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했다. 2년 연속 1조원대 순이익을 내긴 했지만, 대부분 자산 매각을 통한 이익이었고, 영업활동에서 나오는 현금은 지난해 전년대비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발목을 잡아왔던 자금력 이슈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가치 급등으로 해결이 가능해졌다. 현재 지분 가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 18조원이 넘는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이 자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 지분율을 1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현재 주가 추이가 이어져서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최저가인 4만1300원대로 다시 떨어지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지금보다 16% 추가 상승해 75만원을 넘어선다면,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전량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삼성바이로로직스 지분을 매입해줄 주체로는 역시 삼성전자가 꼽힌다. 이미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31.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남은 문제는 명분이다.
일단 아직까지 이런 시나리오는 명확하게 언급된 바는 없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이 같은 시나리오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현재 검토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식 거래는 '자산양수도'이므로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주주총회를 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주주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마당에 이런 거래가 주주와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되는 거래인 동시에, 공정한 거래임이 명확해야 추진가능하다. 또 개별 주주들 입장에서 이 같은 계열사간 연속적인 지분 거래는 충격이 될 수 있다. 주가에 반영돼있는 핵심 자산 가치가 크게 변하는 일인 까닭이다.
특히 이 지분을 사들이는 삼성전자 측이 가장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표면상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적인 시너지는 언급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 제조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실 삼성물산보다 삼성전자와 더 업무적 유사성이 크다. 첫 공장을 지을 때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ㆍ생산라인 건설 및 관리 노하우가 상당부분 반영됐다.
삼성전자의 3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3조원, 부채 제외 순현금만 따져도 97조원에 이른다. 이중 일부를 활용해 차세대 핵심 바이오 기업의 경영권을 온전히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바이오는 최근 무선사업부 침체로 목마른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이 돼줄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주들이 흔쾌히 이를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주주들 입장에서는 이미 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삼성전자 내부현금 수조원을 들여 1대 주주가 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을 수 있다. 주주들로서는 그만한 현금이 굳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추가 인수하는데 쓰느니, 차라리 다른 미래 먹거리 M&A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를 해결하기 위해 애꿏은 삼성전자의 현금이 동원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자칫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이러다보니 현재 주가 추이로 인해 시나리오는 거론되지만 실현가능성 또는 검토여부는 상당기간 시한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인적 교류를 시작한 것도 그냥 지나치기엔 의미가 큰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계열사 주식 거래를 동반한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진행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완전히 마침표를 찍은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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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7일 12: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