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그룹 지원 난망…리테일 시장서 자금 조달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높은 금리·짧은 만기·불확실성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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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은 그룹과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매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유동성 압박에도 통상의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이 어렵다보니 리테일 시장을 기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당분간 장래 매출에 기대고 높은 금리 조건을 제시해 리테일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론 차환 부담을 더 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9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6월 초 3개월 만기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 자산은 관급 공사 미래매출채권 455억원(1년 이내 현금흐름)이며, 사채 발행 규모는 250억원이다. 투자자 당 최소 투자금액은 1억원 이상이다.
두산건설은 수년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지며 신규 분양사업 추진이 어려워졌고 곳간도 빠르게 말랐다. 현금성자산은 2018년말 819억원에서 작년말 319억원, 올 1분기 202억원으로 감소세다. 1분기말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5000억원 이상 많다. 외부감사인은 부(-)의 영업흐름, 과다한 유동부채를 이유로 두산건설의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두산건설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활동한 것은 사실상 2018년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마지막이다. 그나마 2016년 발행한 BW를 상환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로선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차입금을 빼면 시중은행과 관계도 거의 없다. 1분기말 단기차입처 중 시중은행은 우리은행(60억원) 뿐이다.
정책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신용등급 BBB)는 회사채 신속인수제 첫 수혜 대상이 됐지만, 신용등급이 BB급인 두산건설은 신용등급이 낮아 신청 자격이 없다. 자격이 돼도 사채 인수 부담을 나눠질 채권 금융사가 많지 않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우선 지원 대상은 항공업과 해운업이고, 정부의 뉴딜 구상엔 건설업이 빠져 있는 모습이다.
그룹에 손을 벌릴 상황도 아니다. 그룹은 두산건설 모회사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사실상 채권단 관리 아래 들어온 두산중공업이 예전처럼 수천억원씩 두산건설에 수혈해줄 수는 없다. 오히려 두산건설은 매각 대상으로 그룹의 재편 청사진에도 빠져 있다. 외국 건설사나 국내 중견 건설사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두산건설의 자금 부담을 한 번에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자금줄은 죄어 오는데 손 벌릴 곳은 없다 보니 두산건설은 최대한 가진 자산들을 활용해 자력갱생해야 한다. ABSTB처럼 앞으로 들어올 매출을 유동화해 리테일 시장에서 소규모 투자금액들을 모으는 방식이 가장 수월하고 현실적이다. 이미 계약으로 맺어진 안정적 현금 흐름에 기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저축은행들도 자금을 주기 꺼리기 때문에 리테일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테일 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두산건설이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고 두산건설이 연대보증까지 나섰음에도 이번에 제시된 금리가 7.3%다. 과거 동양그룹이나 동부그룹이 유동성 압박이 한계에 달했을 때 고금리를 제시해 개인 고객 자금을 유치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유동화를 통해 당장 자금 숨통을 틔울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더 독이 될 수도 있다. 조달 구조가 단기화 할수록 충격엔 취약해진다.
두산건설은 앞서 고양향동4공구, 하남선2공구, 서울문산도로 등의 미래 공사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자금 보충의무도 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3월 단기 자산유동화증권의 차환 부담이 매우 높다며 두산건설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수주 부진이 장기화하면 유동화를 검토할만한 기초 자산도 줄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기간이 짧다지만 그 안에 사정 변경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두산건설은 최근 ‘천안 성성 레이크시티 두산위브’를 분양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시공권을 매각했다. 몇 년 후 사업 완료됐을 때 받을 기대수익이 많음에도 당장의 현금을 선택할 만큼 자금 압박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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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