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불패' 분위기 속 호재만 있으면 폭등
"작년과 풍토 다르지 않다…결국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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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를 둘러싼 정부와 개인투자자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정부 인식과는 달리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국내 바이오 산업은 단기수익 극대화를 위한 투기장이 됐다. 주식시장 내 개인투자자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도 커진 상황에서 정부 육성의지가 '묻지마 투자'에 불을 당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K-바이오 육성계획을 발표한 지난 1일, 셀트리온은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첫 동물대상 비임상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발표를 내놨다. 관련주는 일제히 폭등했지만, 주주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언제 주식을 처분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의 인체 대상 임상 투여가 7월말에서 8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셀트리온이 자체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엔 이르다. 하지만 페럿에 투여한 항체후보군 일부가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만으로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23.23% 폭등했다.
최근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4위로 급부상한 알테오젠도 상황은 비슷하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말 1조 6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주가는 연초 대비 350% 상승했다. 알테오젠은 기술수출 대가로 우선 160억원대 계약금을 선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섹터 연구원들은 향후 기술수출 실적을 추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가치가 과도하다고 분석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 자체는 말릴 수 없지만 제약·바이오 종목이 유독 고무줄 밸류가 극심하다"라며 "셀트리온제약의 경우도 비유하자면 코스닥 내 배터리 업체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준비과정에 돌입했다는 상황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 관계자는 "현재 코스닥 내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심은 지난해 잇따른 임상 실패로 신약개발 업체 주가가 폭락한 것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바이오라면 웬만한 종목은 오를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특정 호재를 단기수익 극대화에 필요한 재료로 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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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방역·바이오 등 중점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국난 극복의 한 축인 K-바이오를 향후 경제회복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산업 특성 상 정부 지원이 언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지는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지난해 바이오 쇼크가 한 차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투자 업계 한 중역은 "지난해 인보사, 신라젠 사태를 겪고 난 이후 한국거래소 기술성평가제도나 글로벌 임상의 허점이 많이 드러났다"라며 "늘어나는 특례상장 바이오 업체의 적정 기업가치나 경쟁력을 판단할 만한 기준을 만들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투자 풍토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물의를 일으킨 대다수 업체가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대기업 계열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제외하면 상장 이후 실적에서 유의미한 성장세를 나타내는 곳도 찾기 드물다.
위 관계자는 "불확실한 전망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하는 풍토가 결코 좋다고 보기 힘들다"라며 "라이선스 인-아웃 결과 매출액이 우상향하는지 등 좀 더 가시적이고 장기적인 평가잣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종목별 널뛰기가 반복되면 결국 개미들 사이 폭탄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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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