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는 심화…실물경제 타격시작
'결국 믿을 건 정부 방향'…동향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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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한창이다. 증권가에선 지난 두 달간 이어져온 ‘유동성 랠리’ 이후에 대한 고민이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유동성이 계속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으나 미중 갈등 등 악재가 계속 추가되면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6일엔 코스피가 코로나가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확산할 무렵인 3월6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을 회복했다. 이후 28일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로 코스피는 전날보다 2.66포인트 내린 2,029.54에 거래를 마쳤다. 새로운 악재 부상에 바로 반응하는 시장에 ‘시중자금으로는 증시견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미 제로금리 수준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하락이 추가적인 증시 유동성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3월에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를 시작한 뒤 불과 2개월 만이다. 한은이 수출 감소와 선진국 성장률 추락 등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더 크고 심각하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리무중’의 상황에서는 결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유동성이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예로 정부의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의 3대 프로젝트 중 ‘비대면(언택트) 사업 육성’ 부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로 촉발된 ‘언택트’ 부문을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영역으로 인식했다는 관측이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정부의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에 비대면 산업 육성 의지가 담겨있어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산업과 시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언택트 관련주(株)’로 거론된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일 주가가 급등했다. 카카오는 이달 20일부터 3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이달 들어 주가가 34% 가까이 올랐다. 카카오의 시가총액도 21조5000억원으로 뛰면서 현대차(20조1916억원)를 누르고 코스피 시가총액 9위에 올라섰다. 다만 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정부 규제안을 처음 제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다소 하락하기도 했다.
공모채 시장에서도 정부의 지침 따라 투심이 흐르고 있다. 이달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채권 매입대상 기준을 완화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수혜를 봤다. 'AA-'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는 한국항공우주(KAI)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채안펀드가 참여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부정적’ 등급 전망인 롯데렌탈도 모집액의 2배가 넘는 수요를 확인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으로 'AA-'등급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완화된 채안펀드 지원 대상에 들며 투자자들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여전히 예측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지난주 코스피 2000선 회복 등 지수만 보면 사실상 ‘V자 반등’이 왔다고 봤다”며 “다만 코로나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수출 위주인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점점 약해지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악재도 부각되는 상황에서 결국 투자자들도 유동성이 흘러갈 곳은 정부의 정책과 같은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내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수가 하루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정상화를 향한 기대감이 올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5월 초 이태원 방문자들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났고, 이후 지역사회발 확진자가 추가로 여러명 발생하면서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올 여름과 가을에 ‘2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질적인 ‘코로나 종식’을 결정할 백신 개발 현황도 단언할 수 없다. 이달 미국 바이오기업인 모더나의 긍정적인 백신 임상 1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증시가 들썩였지만 신중론이 제기되며 한 풀 꺾였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험 중인 백신이 최종승인을 받는 확률은 6%에 불과하다. 백신 개발 후에도 실제 접종은 최소 내년은 돼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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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3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