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공모가 고집하던 기업들도 분위기 바껴
'밸류 뻥튀기' IPO시장에 변화? …"일시적일 것"
-
IPO(기업공개) 시장에 나선 기업들이 공모가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코로나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 심리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하기 어려워서다. 통상 높은 공모가를 고집하던 기업들의 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가를 낮춰 IPO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IPO 시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R&D, M&A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당분간 투심 전망이 어려운 만큼 향후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당분간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IPO에 나선다. 이달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만 SCM생명과학, 엘이티, 젠큐릭스, 마크로밀엠브레인, SK바이오팜, 신도기연, 위더스제약 등 9곳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의·약학과 관련돼 있는 등 코로나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바이오 및 헬스케어주가 상장에 대거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기업들이 공모가를 낮게 잡고는 '주가 상승 여력'을 피력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해 미래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상장 전 기업 가치를 높이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2일 수요예측에 돌입한 SCM생명과학은 미래추정 순이익을 212억원에서 190억원으로 조정하며 몸값을 낮췄다. SCM생명과학의 공모 희망가 기준 시가총액은 관련업계 주요 업체들의 시가총액보다 40~50% 수준으로 저평가됐다. 주관사 선정 당시 최대 9조원까지 제시됐던 SK바이오팜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공모가를 책정했다. 공모가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3조원대에 이른다.
IPO에 실패하지 않도록 공모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을 것이란 분석이다.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현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SCM생명과학과 SK바이오팜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각각 전년대비 61%, 31% 가량 줄어들었다. 낮은 공모가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진 않더라도 IPO를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공모로 조달한 자금으로 SCM생명과학은 R&D에, SK바이오팜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늘려 판매 아이템을 늘릴 계획이다.
한 SCM생명과학 관계자는 "R&D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IPO를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며 "공모가격 산정 당시 이태원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돼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공모가를 낮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IPO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 IPO 시장은 투자 회수를 위한 기업 가치 부풀리기, 무리한 상장 시도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통상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공모가를 고집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IPO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해 공모가를 산정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이제야 IPO 물건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는 시점이어서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최근 기업들이 느끼기에 투심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공모가를 낮추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투자자와의 대면시간 부족 등으로 인해 투심이 모두 회복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IPO 시장도 위축된 만큼 최근 공모가 산정도 다소 보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