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깜짝 실적은 '달빛조각사' 인수 효과
하반기 이후 실적 '엘리온'에 달렸지만...아직까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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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가 2년 만에 증시 입성에 재도전한다. 2018년 첫 도전 때에 비해 회사의 덩치는 커졌지만, 핵심 게임 라인업은 오히려 약화했고 수익성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산업이 수혜를 받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란 평가다. 문제는 카카오게임즈의 현 캐시카우(주 수익원)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하반기 이후 신작을 통해 어떤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기업가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2018년 대비 역성장했다. 매출액은 7%, 영업이익이 25% 떨어졌다. 가장 큰 배경은 캐시카우의 이탈이다. 지난해 5월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권을 개발사인 펄어비스가 회수해 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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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분기 상용화에 성공한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의 국내 서비스도 갈수록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PC방 사용자가 배그를 즐기면 시간 단위로 PC방에 요금을 부과한다. 대략 1시간에 190원의 사용료가 부과된다.
배그의 PC방 사용 시간 추이는 추락 일로다. 2018년 6월 196만시간에 달했던 배그 주간 사용시간은 현재 6분의 1 수준인 33만시간으로 뚝 떨어졌다.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는 한때 15%대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45%대로 다시 높였지만, 배그의 PC방 게임 점유율은 최근 8%대마저 무너졌다. 사용시간의 감소는 카카오게임즈 매출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1분기엔 깜짝 실적을 내놨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88억여원인데, 올해엔 1분기에만 10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공시한 것이다. 지난 1분기 1100억여원을 들여 모바일게임 '달빛조각사'를 서비스하고 있는 엑스엘게임즈를 자회사로 편입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달빛조각사는 지난해 10월 구글플레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익은 두 자릿 수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는 지난해 실적 부진의 기저효과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보면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부문 매출액은 고작 2.5% 성장하는데 그쳤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8.6% 줄었다. 투자자들이 상장 예정 기업에 기대하는 '안정적인 우상향 실적'하고는 다소 어긋난 그림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의 관심은 하나다. 하반기 이후에도 좋은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기존의 성장동력은 이미 식어버린 모양새다. 배그의 유저 사용시간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신규 수요도 대부분 모바일로 흡수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자신있게 선보인 온라인 핵앤슬래쉬(단순하고 통쾌한 액션)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은 출시 직후인 지난해 6월 PC방 점유율 10위권에 잠시 올랐다가, 11월 이후에는 차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검은사막은 카카오게임즈가 2021년까지 북미ㆍ유럽 서비스를 담당한다. 검은사막의 매출 중 3분의 1 가량이 북미ㆍ유럽에서 나온다. 카카오게임즈에게도 중요한 수익원이지만, 계약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개발사 펄어비스는 국내에 이어 최근 일본ㆍ러시아에서도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기로 했다. 콘솔(거치형 게임기) 버전은 이미 북미ㆍ유럽에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한 직후 캐시카우가 또 하나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달빛조각사는 기대 이하의 게임성과 잦은 버그로 유저가 급속히 이탈했다. 6월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60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9년 서브컬쳐 모바일게임 열풍을 일으켰던 모바일게임 '프린세스커넥트:리다이브'도 10위권을 유지하던 매출 순위가 60위대로 쳐졌다. 프린세스커넥트의 경우, 1년 가량 앞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서 캐릭터 밸런스 붕괴와 이로 인한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로 인기를 급격히 잃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게임 업계의 평가다.
배그를 만든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온라인 MMORPG '엘리온'이 그나마 하반기 카카오게임즈가 기댈 언덕으로 통한다. 사실상 카카오게임즈 상장 이후 주가를 좌우할 변수로도 통한다.
엘리온은 국내 MMORPG의 전설인 아이온ㆍ아키에이지ㆍ테라의 개발자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프로젝트로 초기 유명세를 탔다. 결과물은 그렇지 않았다. 2019년 클로즈베타(소규모 사용자 폐쇄형 테스트) 이후 '망겜'(망한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조잡한 그래픽과 늘어지는 진행, 구식 유저인터페이스(UI) 등이 혹평을 받았다.
크래프톤은 클로즈베타 이후 아예 게임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했다. '에어'였던 게임명도 '엘리온'으로 바꿨다. 9개월의 작업 끝에 지난 4월 공개된 엘리온은 '무난한 게임'이라는 평을 받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재밌는 게임'이 아니라 '무난한 게임'이라는 평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모험 대신 안정을 택했다. 크래프톤의 전작 MMORPG '테라'와 흡사해 '테라2'라는 별명이 붙었다. 전투는 '테라', 호평받은 스킬 시스템은 '로스트아크'와 '패스 오브 엑자일', 진영 간 대립 기반 세계관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빼닮았다는 분석이다. 과거 흥행작들의 장점만 모아놓은 것이다.
한 현직 게임 개발자는 "초기 신선한 아이디어를 재미로 살려내지 못하고, 응급수술을 통해 기존 유저들이 익숙하게 재미를 느끼는 요소를 급히 섞어놓은 모양새"라며 "스토리나 컨텐츠의 깊이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유저들은 금새 지쳐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금융권에서는 기대보다는 일단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다. 기존 캐시카우는 성과가 떨어지고 있는데, 새 캐시카우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엘리온'이 '로스트아크'이후 무주공산인 PC용 온라인 MMORPG 시장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거란 낙관적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직까진 희망섞인 전망일 뿐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언택트(Un-tact;비대면) 테마로 게임주 주가가 급등하고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다보니 이 시기가 아니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언택트 테마가 지속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 기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면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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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