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시장엔 찬바람 불어
기업·PEF 등 투자 주체 주춤, 자문사도 울상
거래 기근 장기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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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민간의 경제 상황 인식은 날로 악화하지만 주식 시장은 반등했고 거래량도 증가세다.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유동성을 뿌리고 기준 금리를 낮추자 시장이 화답한 형국이다. 증권사 실적이 부진한 와중에도 트레이딩이나 채권 투자 부서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경기 호황 착시 속에 투자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래가 위축된 상황이다. 파는 쪽은 과거의 높은 가치를 바라고, 사는 쪽은 코로나 타격을 반영하길 원하니 서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색이 조금씩 풀릴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힘을 내는 주식, 채권 등 본원 투자와 달리 반드시 늘려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대체투자’는 죽을 쑤고 있다. 한때 봇물이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실사 난항, 부실 위험 증가, 외화 품귀 등으로 인해 자취를 거의 감췄다. 각광받던 항공기 금융은 행여나 부실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국내 부동산 외에는 대체투자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돈보따리를 푼다는 뉴딜 정책을 살피기도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돈이 될지도 의문이다. 일감이 줄어드니 남아도는 투자 인력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 부서 인력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거나, 조직을 축소·격하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국면을 진정한 평가 기회로 삼겠다는 관리자들의 엄포가 예상보다 일찍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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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사들도 먹거리 기근에 고심하고 있다. 든든한 자금원이었던 대기업들은 ‘현금 축적’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사업 확장은 뒷전이고, 사업을 정리할 때는 눈높이가 낮지 않다. 대기업 관련 거래가 뜸할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들은 대기업이 우선적으로 내놓을만한 예상 매물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한다. 기업의 의중을 살펴 알짜 사업의 ‘파킹성 매각 구조’를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실효성은 의문이다. 대기업들은 사업 정리를 검토했더라도 거래 종결을 자신할 수 없으면 부인 공시를 내는 경우가 많다. 자문사들에 위험 부담이 전가된다.
대기업들은 작년말 짜뒀던 사업 계획을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자연스레 컨설팅 업체를 찾는 빈도가 늘 수밖에 없다. 주요 관심은 ‘코로나가 언제 끝나며, 그 이후엔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인데 컨설팅 업체라도 명쾌한 답을 내긴 어렵다. 해외 생산설비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컨설팅도 현실성 있는 자문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M&A에서처럼 '고객이 원할 것으로 보이는' 답을 내는 것이 최선이란 평가도 있다.
투자시장의 한 축인 사모펀드(PEF)도 아직 잠잠하다. 업의 특성상 물밑 검토 움직임은 많지만 성사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코로나로 수개월을 허비했는데, 언제 기업 가치가 반등할 지는 점치기 어렵다. 한 국내 대형 운용사(GP)는 해외 조단위 거래를 추진했으나 실사를 할 수 없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회수 시점을 잡거나 투자 당위성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회수는 언제 이뤄지느냐, 혹은 위험한 산업에 왜 투자했느냐는 출자자(LP)들의 문의에 난처한 곳들이 많다”며 “한 LP로부터 비슷한 주제의 자금을 중복으로 받았다가 거래를 어떻게 발굴할 것이냐는 빈축을 사는 운용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PEF들은 거래 발굴 창구가 대부분 막히다보니 돈이 되지 않는다 외면했던 구조조정에도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가장 많은 기업을 관리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찾는 운용사들이 많아졌다. 산업은행 1층에 있으면 대한민국의 웬만한 GP는 다 만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이런 사정은 일감이 필요한 IB나 회계법인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은행의 낙점을 받으면 관리 대상 기업 자금으로 넉넉한 보수를 챙길 수 있다.
법무법인들은 몇 년째 구조조정 자문에서 빈손이었다. 올해도 각종 정부 지원 속에 기업의 부실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계에 이른 기업들이 하나 둘씩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국책은행이든 정부든 곳간엔 한계가 있다보니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 회생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있다.
문제는 거래 기근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 백신 등 확실한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하늘길이 조기에 열리기 어렵고, 유동성은 앞으로도 국내에 묶여야 한다. 경쟁 심화는 불보듯하다. 투자시장의 인력들은 판에 박힌 거래에만 참여해야 하거나, 혹은 그마저도 기회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시장엔 유휴 인력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이를 받아줄 곳은 마땅찮다. 과거엔 증권사 다음 직장으로 자산운용사가 각광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산운용사도 제 코가 석자다. 라임 사태를 거치며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자금 유치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PEF도 운영 비용을 줄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같은 업권에서도 인력 쟁탈전은 드물어질 전망이다. 비싼 몸값을 치를 여유도 없거니와, 어렵게 모셔와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투자 영역이 축소하고 전문 인력이 자리를 잃을수록 투자 업계의 전문성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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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