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회사 경우 관리인 자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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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법원의 구조조정 역할이 부각되면 관리인들이 잭팟을 터뜨리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회생기업 관리인들은 M&A를 성사시키면 성과에 따라 수억원의 보수를 챙기기도 한다. 부실이 크지 않은 회생기업은 인수 경쟁으로 몸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수도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관리인은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온 기업이 졸업할 때까지 전반의 사무를 관장 한다. 채권·채무 관계를 다투는 소송을 맡아야 하고, 법원에 수시로 회사 경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어르고 달래는 것도 관리인의 몫이다. 관리인은 맡은 기업의 재무상황, 업계 보수 체계 등을 감안해 보통 매월 300만~500만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인은 기업 M&A를 성공시켰을 경우 특별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특별보수는 기업의 업종, 거래의 난이도, 관리인의 기여도 등을 고려해 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의 규모로, 자금을 많이 유치할수록 보수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특별보수는 후하지 않았다. 2016년 호텔롯데가 보바스병원을 2900억원에 인수했는데 관리인은 1억1000만원가량의 보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금액 대비론 0.05%가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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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회생법원이 문을 열면서 관리인의 공을 보다 높이 인정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금 기준으론 관리인은 거래 금액에 따라 많게는 5억원 이상까지 목돈을 쥘 수 있다.
작년 회생절차를 졸업한 스킨푸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파인트리파트너스가 2000억원에 인수했는데, 관리인이 수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준칙에 따르면 거래 규모가 2000억원이라면 기준보수는 2억7500만원이다. 특별보수는 기준보수의 60% 이내에서 증감해 정할 수 있다. 올해 M&A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성동조선의 매각 금액도 2000억원이었다. 보바스병원이 지금 거래됐다면 관리인은 3억원 안팎의 자금을 쥐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늘 것이란 예상도 많다. 현재는 코로나 이후 정책 지원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많지만, 지원 이후엔 자력 생존이 쉽지 않다. 하반기엔 금융사들의 만기 연장도 끝이 나면 버티기 어려운 곳이 늘 것이고, 관리인의 ‘기회’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수액용기 제조업체 메디파마플랜, 교육업체 대교에듀피아 등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기업 가치 이상으로 M&A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과거 웅진이나 동양그룹처럼 조단위 자산을 안고 회생절차에 들어오는 사례는 줄어든 대신 ‘전의 전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인수자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일 뿐 회사의 가치가 남아있다고 보면 과감하게 값을 치른다. 일단 M&A에서 승리한 후 회사에 남은 유보금을 빼내면 되기 때문이다. 스킨푸드만 해도 매각의 마지노선인 청산가치는 200억원수준에 불과했지만 그 열 배에 거래가 이뤄졌다. 회생기업 인수 경쟁이 치열할수록 관리인이 목돈을 쥘 가능성도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리인 경험이 있는 인사들도 건실해 보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오면 관리인 자리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M&A 성공 보수가 예전보다 높아졌다지만 보통은 1억원 수준이고 수 억원을 챙기는 기회는 여전히 귀하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관리인은 기존 경영자 혹은 제3자에 맡기는데 인력 풀이나 선정 방식은 딱 정해져 있지는 않다”며 “좋아 보이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오면 관리인을 맡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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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