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의 5% 남짓 불과
바이오 투심 커질대로 커져 단기 랠리 가능할 듯
주가 오를수록 실적과는 괴리 우려..."주가 예측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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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손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청약이 시작됐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바이오 투자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베팅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물량을 더 받기 위해 대부분 자진해서 최대 6개월의 의무보유확약(락업)을 건데다, 바이오ㆍ2차 전지 등 '될성 부른 종목'에 쏠리는 최근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상장 직후 단기간 랠리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당분간 이로 인해 주가와 실적 사이의 괴리는 감수해야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진행된 SK바이오팜의 수요예측에는 해외 기관 117곳을 비롯해 총 1076곳의 기관이 참여해 98억주에 달하는 물량을 신청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836대 1, 확정 공모가 기준 수요예측 참여 물량은 570조원에 달한다. 450조원이었던 종전 삼성SDS의 수요예측 참여 물량 기록을 깼다.
수요예측 참여 물량이 항상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라는 게 IPO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대형 공모주의 경우, 대부분의 펀드가 높은 경쟁률을 감안해 투자 한도를 꽉 채워 신청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데 경쟁률이 500대 1 수준으로 예상될 경우, 1억원 배정을 받기 위해 500억원을 신청하는 식이다. 허수가 많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 540조원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는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98억주의 신청 수량 중 40%가 넘는 40억주가 6개월 락업을 확약했다. 상장 후 최대주주 의무 보유 확약이 6개월이기 때문에, 6개월 확약은 기관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 수치다. 총 신청 수량 대비 락업 신청 비율도 최근 3년내 IPO 중 최고 수치인 81%를 기록했다.
기관들이 어떻게든 SK바이오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풀 베팅'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대주주인 SK㈜는 이번 상장 공모 후에도 75%의 SK바이오팜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연결 기준 지분율 대비 비교적 높은 수치라 상장 후 필요에 따라 대량매매(블록세일)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일단 6개월동안은 지분을 더 팔 수 없다. 기관 배정 물량도 락업에 따라 최소 2주에서 최대 6개월간 잠길 가능성이 크다.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은 일반청약자에게 배정되는 400만여주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액으로 따지면 공모가 기준 1918억원이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 3조8370억원의 5%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우선주의 평균 유통 주식 수 비율보다도 크게 낮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2017년 하반기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주요 바이오 관련 벤치마크 지수는 최근 석 달 동안에만 80% 넘게 올랐다. 여기에 적은 유통 수량까지 합쳐지만 SK바이오팜의 상장 직후 시장 가치가 어디까지 오를진 예상이 어려운 영역에 들어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런 초기 투자 광풍(狂風)은 주가와 실제 기업가치의 괴리를 키우게 된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은 공모가를 산정하며 '기업가치 대비 파이프라인'(EV/pipeline)이라는, 생소한 산정법을 적용했다. 이는 개별 의약품의 상업 출시 가능성과 경쟁 약품의 수, 예상 시장 규모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산출하는 산정방식으로, 국내 바이오 기업 중엔 처음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이미 SK바이오팜에는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가치가 2조원 이상 반영돼있다. 세노바메이트는 5월 미국에 출시를 시작해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약품이다.
게다가 SK바이오팜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미국 법인을 세워 의약품 유통도 직접 담당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사 중 최초의 시도다. 성공한다면 보통 글로벌 빅파마에게 떼워줘야 하는 유통 마진까지 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수익성이 매우 커지지만, 실패한다면 초기 투자 비용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번에 조달할 공모 자금 중 1900억여원을 미국 판매조직 구축과 판매촉진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 수천억의 투자를 집행했는데도 뇌전증 치료제 시장 내 점유율 상승 등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향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고 출시가 된 신약이 주력이라는 점이 잇딴 임상 실패로 바이오에 대한 신뢰를 잃은 기관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초기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워낙 커 현 시점에서는 주가를 예측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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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3일 10: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