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전환시 차입 떠안았는데…유동성 불확실성
글로벌 경영 기조 따라 증설·부채관리 이중고
그룹 전반 사업·재무적 긴밀…지주 지원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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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해외시장 개척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의 투자부담이 지속적으로 더해지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을 떠안았지만 그룹 기조에 발맞춰 해외투자를 늘리며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탓이다. 일부 계열사의 자금조달과 관련해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그룹 전반으로 부담이 전이될지 관심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한 달 동안 7건에 달하는 해외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결정을 공시했다. 채무보증 규모는 1조2000억원을 넘어 자기자본의 세 배까지 확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코로나 이후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해외 계열사의 자금수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최근 효성첨단소재의 공모채 발행 추진 소식이 잠잠해진 것과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 크레딧 담당 한 연구원은 "4월 중 발행을 위해 신용등급(A)을 받았지만 두 달이 넘게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라며 "유동성 확보 계획이 틀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재무 관련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되는 곳은 효성첨단소재만이 아니다.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효성화학 등 주력 계열사는 지난 2018년 ㈜효성의 분할 과정에서 기존 차입금을 떠안아야 했다. 공정거래법이 지주사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떄문이다. ㈜효성은 2017년 기준 125%에 달하던 부채비율이 다음해 13% 선으로 떨어졌다. 반면 분할 후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각각 443%, 544%, 35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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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은 현재 그룹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해외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영 추진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부담이 발생하지만 부채비율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고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해외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잔액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해외 투자에 따른 당연한 결과"며 "문제는 함께 증가하는 부채비율 등 전반적인 재무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기업의 영업현금흐름만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실제로 효성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524%로 확대했다. 효성화학의 경우 연말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베트남 투자가 본격화하며 지난 1분기말 기준 420%로 부채비율이 뛰었다. 호실적을 기록하며 차입금 상환에 집중한 효성티앤씨는 역으로 배당 관련 주주서한을 마주하기도 했다.
증권사 화학 담당 연구원은 "이들 계열사의 주력 제품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신규 투자부담은 재무여력 대비 과중한 편으로 본다"라며 "기존 사업내용에 비춰 회수까지 4년 안팎이 걸리는 상황으로 봤을 때 성장동력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부채비율 문제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효성의 지원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수직계열화한 생산공정을 통해 주력 계열회사 전반이 연결돼 있다. 효성화학과 효성티앤씨가 생산한 PET 칩을 이용해 효성첨단소재가 그룹 주력 제품인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식이다. 이들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증설투자에 나선 것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재무적으로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효성그룹은 지주사인 ㈜효성을 중심으로 4개 사업자회사가 기존 차입금에 대한 연대보증 형태로 경제적 통합실체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각사의 차입금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경제적 통합실체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물론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이 높게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탄소섬유 등 성장동력의 수익성은 시장에서 인정받지만 조달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신규 투자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효성을 비롯한 그룹 전반의 지원 부담이 확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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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