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배상은 금융분쟁조정 사상 처음
'공범'으로 인식돼 3600억 TRS 회수 곤란
라임사태 따른 신한금투 부담 3000억 이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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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환매연기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결론을 내놨다. 신한금융투자는 사실상 라임운용의 공범이며, 민법상 계약취소 사안이므로 무역금융펀드 투자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것이다.
당장 이번 배상 판결로만 4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라임에 총수익스왑(TRS)으로 빌려준 3600억원의 회수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라임운용 사태로 인해 올해 신한금융투자 실적이 적자전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신청 4건에 대해 민법 109조에 규정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쉽게 말해 운용사와 판매사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 기회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에,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는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사례 중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는 보통 투자원금 대비 배상비율이 20~30% 수준이었고, 지난해 파생결합펀드(DLS) 사태때도 50~70%선이었는데 이번엔 계약을 취소하고 100% 반환하라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일단 이번 분조위 결정에 해당하는 투자건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플루토TF-1호' 관련 1611억원이다. 개인투자자 500여명, 법인 58개사가 해당한다.
이 펀드는 지난해 말 설정잔액이 약 2400억여원으로, 신한금융투자가 880억여원, 우리은행이 690억여원, 하나은행이 500억여원어치를 판매했다. 이 중 이번 분조위 판정에 해당하는 액수는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등이다. 일단 이들 판매사는 펀드 자금 회수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먼저 물어줘야 한다.
이번에 분조위 결정이 나온 펀드는 신한금융투자의 손실을 좌우할 핵심인 3600억원 규모 총수익스왑(TRS) 선순위 대출이 들어간 펀드이기도 하다. TRS 대출로 인한 레버리지(배수) 효과로 인해, 라임운용이 투자한 미국 투자자문사 IIG가 40% 가량 손실을 냈음에도 투자자는 거의 전액 손실에 가까운 운용보고서를 받아들게 됐다.
신한금융투자가 이 선순위 대출을 돌려받으려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지만 라임운용의 사기 행각에 속은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분조위의 조사 결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분조위는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운용의 사기에 사실상 협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6월 IIG가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18년 말까지 매월 0.45%씩 기준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조정했다는 게 분조위의 결론이다. 같은 해 11월 IIG가 부실화했다는 사실을 통지받고난 뒤에도 펀드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숨기고, 판매를 지속했다고도 밝혔다.
판매 과정에서 TRS레버리지에 따른 위험과 보험, 위험등급 등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로 적어넣는 일도 있었다. 만약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고 정확한 설명이 이뤄졌다면 투자자들이 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대략 400억원의 지출이 예상된다. 해당 무역펀드의 부실은 오롯히 남은 자산인 3600억원의 대출에서 차감된다. 현재 IIG 관련 투자 자산에서 40~50%가량, 금액으로는 2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플루토TF-1호를 제외하고도 신한금융투자는 여전히 3000억원이 넘는 라임운용 펀드 관련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플루토 FI D-1호(국내 사모사채 투자) 판매 잔액이 1600억여원, 테티스 2호(국내 메자닌 투자)가 1300억여원, 크레딧인슈어드1호(무역금융채권)가 110억여원 수준이다.
플루토TF-1호를 제외한 다른 펀드에 대해 분조위는 현 시점에서 분쟁조정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환매연기에 따른 손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라임운용 펀드 관련, 자발적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펀드 및 개방형 무역금융펀드는 30%(법인 20%), 폐쇄형 무역금융펀드는 70%(법인 50%)의 배상비율을 자체 설정했다. 이에 따른 배상 금액 역시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향후 분조위가 이런 자체 배상 비율보다 더 높은 배상 비율을 결정하면, 추가 배상을 해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운용 관련 건으로만 3000억원 안팎의 배상 혹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신한금융투자의 연결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200억여원, 최근 3년 평균 연간 당기순이익은 2280억여원이다. 올해 안에 이를 모두 털어낸다면 적자 전환도 가능한 규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임운용과 실제 공범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중인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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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1일 13: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