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낮았던 만큼 주가상승 기대
젠큐릭스 상장 첫날 급락…회의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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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바이오ㆍ언택트(un-tact;비대면)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원래 기업가치가 크지 않았던 기업들도 바이오 테마 덕에 큰 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앞다퉈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 바이오기업이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바이오주 투자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도 3월 이후의 시세 분출을 끝내고, 한 달째 지루하게 방향을 탐색하며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IPO 수요예측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836대 1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 규모가 5000억원 이상이었던 기업들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개인투자자들도 SK바이오팜 청약에 31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넣으며 열기를 더했다. 바이오 기업인 에스씨엠생명과학과 드림씨아이에스도 각각 815대 1, 670대 1을 기록하며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백신 등과 관련된 모멘텀이 부각된 덕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코로나의 덕을 볼 뿐 진단키트나 백신을 가지고 있진 않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IPO 간담회에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을 주로 설명하다가 코로나19 관련 치료제 개발도 계획 중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할 뿐이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바이오기업들에겐 간담회나 IR에서 '코로나' 한 번만 언급해줘도 호응을 얻는 분위기"라며 "실제 개발사업과 연관이 다소 떨어지는 데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기업가치가 크지 않던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 훈풍'을 타고 주가 상승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가 큰 셈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바이오기업들이 많이들 상장하는데 기관투자자들도 관심이 많다"며 "전에는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됐던 만큼 코로나 덕에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을 크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IPO시장의 활황 분위기에 힘입어 '언택트' 관련 기업들도 IPO 시장에 발을 들이는 모습이다. 6월 이후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커뮤니케이션 관련 기업 비중은 12.5%에 달한다. 아직 청구서 접수를 하지 않은 기업을 합하면 하반기 커뮤니케이션 상장 기업수와 시총비중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IPO 실무자들도 관련 테마들에 주목해 기업을 살피고 있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은 SK바이오팜 수요예측 결과만 봐도 기대감이 정말 크고 앞으로도 더 활성화할 것 같다"며 "작년말에는 IPO 테마가 소부장이었다면 올해 초는 바이오나 언택트 위주로 많이 상장할 것 같아 해당 분야 위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인 젠큐릭스의 주가가 상장 첫 날인 25일 급락했다. 25일 젠큐릭스 주가는 시초가 2만5100원보다 13.75% 하락한 2만1650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가인 2만2700원보다 4.6% 가량 낮다. 26일 오후 12시 기준 주가도 전날 대비 7.36% 하락한 2만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젠큐릭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코로나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EUA)를 획득한 기업이다.
아직까진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만, 증시에 경각심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안 그래도 최근 증시 급등으로 인해 경계감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 훈풍을 기반으로 한 공모주 투자가 '모두' 성공할 순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된 것이다.
지난 3년간 바이오주 저평가의 원인이 됐던 '임상 리스크' 역시 여전하다. 이로 인해 바이오주 투심의 변동성이 큰 것도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한동안 언택트,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크게 주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언택트 기업은 지난 4년간 기업가치가 이미 올라와있던 만큼 얼마나 더 오를지는 미지수고 바이오주도 불확실성이 큰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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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