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2라운드 기대 반영
양측 모두 BW 확보 미미할 듯
결국 신주인수권 확보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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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 7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 연합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신주인수권 확보 경쟁으로 다시 옮겨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번에 양 쪽과 우군들이 얼마나 BW를 받아갔고,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금력을 더 동원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의 향방이 출렁일 전망이다.
한진칼은 자회사 대한항공(지분율 29.96%)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분리형 BW를 발행하기로 하고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청약을 받았다. 공모규모 3000억원에 증거금 7조3350억원이 몰려 24.4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주식 장이 뜨거웠던 데다 일반 공모 방식, 낮지 않은 만기 이자율(3.75%), 리픽싱 조항 등 투자자를 끌어들일 요소가 많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이번 공모 흥행의 핵심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다.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는 조원태 회장이 승리했는데, KCGI 연합은 그 후에도 지분 매집을 이어갔다.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한진칼 주식 2.49%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45.23%까지 끌어올렸다. 조 회장과 우호지분의 지분이 41% 수준에 머무는 동안 격차를 벌였다.
이러는 사이 국책은행의 대한항공 지원 결정이 났고, 그 반대급부로 대한항공도 1조158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진칼도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3000억원대 자금이 필요했다.
조 회장 측에서 우군을 끌어들여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이 선택하기 어려운 법적 제약이 있었다.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크게 높아 3자 배정이든 주주배정이든 증자론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사채 이자를 챙겨주면서 신주인수 차익도 노릴 수 있는 BW 발행이 불가피한 선택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진칼 BW는 발행 후 신주인수권(Warrant)이 분리 상장돼 거래된다. 오는 8월 3일부터 2023년 6월 3일까지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됐을 때 새로 발행될 주식이 5%가량이다. 조원태 회장과 KCGI 모두 가만 두고 볼 수 없는 주식이다.
조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연임(찬성 56.67%) 안이 여유있게 가결됐다. 그러나 그 때는 지분율 경쟁이 박빙이라 오너 쪽에 더 힘이 실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이 더 벌어지면 이전과 같은 지지를 받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KCGI도 상징적인 기준인 지분율 50% 넘기기에 총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BW 발행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고 비판했지만 청약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조원태 회장이나 KCGI 연합 모두 이번 청약에서 유의미한 성과는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약증거금 납입 비중이 높아야 BW를 많이 받아갈텐데 시장 자금이 대거 몰리다 보니 실제로 받아갈 수 있는 물량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으로 7000억원을 넣어야 향후 1%가량의 신주를 받아갈 권리를 챙기는 셈이다. 당장 지분을 조금씩 사들일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규모 청약자금을 집어넣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양쪽이 우군을 끌어들였을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BW 확보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에 확보하지 못한 신주인수권을 시장에서 최대한 끌어 모을 수밖에 없다. 한진칼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수록 신주인수권의 가치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지분 경쟁처럼 결국은 ‘전의 전쟁’ 양상이 재현될 전망이다.
신주인수권 확보에 기관들이나 개인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들도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할수록 먹거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유상증자 방식으론 자금 조달 여부가 불확실하다보니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BW를 선택했다”며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어느 쪽이 신주인수권을 더 확보하느냐가 드러난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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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2일 13: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