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IB 진출할까…"비용 들어"
"유동성 장세에 진출 해볼걸"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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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증권(이하 카카오증권)이 트레이딩 진출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금을 들여 계좌 개설자를 늘려놓긴 했지만 그 이후의 수익 모델이 부재한 탓이다. 비용 부담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내부에서의 압박도 점점 가시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카카오증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거래량이 많아진 장세에 발을 담구지 못한 게 아쉽다는 자평도 나온다. 리테일 뿐만 아니라 기업금융(IB) 등 다른 수익모델도 고려하지만 증권업계는 비용이 많이 들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달 들어 카카오증권의 계좌 개설자 수는 140만명을 넘겼다. 그동안 카카오증권은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 계좌로 바꾸거나 전월 실적·한도 없이 매주 연 0.6% 지급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모았다. 계좌 개설자 전체의 62.1%가 20~30대다.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이 카카오증권 계좌를 개설한 데 나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청년층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는 초석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현금 살포'로 고객을 모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규 개설 계좌 수보단 장기적으로 이들이 거래를 지속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카카오증권은 '넥스트'(Next)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비용을 들인 만큼 수익성을 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리테일, IB 등 향후 전략을 쏟아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카카오증권이 수익성 부담을 어느정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는 관전평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신규사업 진출하긴 했지만 향후 수익성 압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카카오증권 대표도 IB에 있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을 했는데 이것도 결국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는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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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레이딩'에는 진출해야 적자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카카오증권은 현재 제휴 공모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펀드 판매로는 적자를 메울 만큼의 수익을 벌기 어렵다고 알려진다. 코로나 19 이후 급격하게 거래량이 늘어났던 장도 놓쳤다. 카카오증권 내부에서도 당시의 유동장세에 트레이딩 진출을 하지 못한 데 후회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카카오증권이 내부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순간 어느정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레이딩과 IB부문은 각각 수반되는 비용이 크고 상장 이후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트레이딩 진출 시 비용이 커지면서 카카오증권의 사업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트레이딩 시장에 진입하려면 시스템 구축 비용, 인건비 등에만 1년간 최소 100~200억원 가량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형증권사가 트레이딩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100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또한 IB부문 진출은 증권사의 주가 하방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체투자다. 대체투자는 자산실사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호주부동산펀드 자산실사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손실 위험에 휩싸인 바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자산실사가 불가능해지며 대체투자로 수익률을 보전하려 했던 금융사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들은 네이버와는 콘텐츠 싸움을, 카카오와는 고객유입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카카오가 증권을 통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수익성을 바란다면 골치가 매우 아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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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