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선 조심스런 낙관론...'실적 받쳐주면 더 오른다'
코로나 반영될 2분기 실적...종목 선별투자 경향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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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무더워지는 6월이 지나며 확산이 잠잠해졌다가, 겨울을 앞둔 10월을 전후로 2차 팬데믹(Pandemic;세계적 유행병)이 올 거라는 연초의 예상은 엇나갔다. 코로나19는 더워지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경제활동 재개를 매개로 재확산을 이미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급등했던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단기 급등한 주가가 이성을 되찾기도 전에 재확산이라는 재료가 공급되며 하반기에도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4월 같이 '모두가 오르는' 강세장보다는 실체화한 실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유동성이 쏠리는 종목 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바이오ㆍ헬스케어 종목이 시가총액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코스닥 지수는 현재 연초대비 15% 가까이 높은 상태다. 3월 저점과 비교하면 85% 올랐다.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는 3월 폭락 전 대비 4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저점 대비로는 2배 이상 올랐다. 코스닥 150 헬스케어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7배로 바이오 투자 붐이 일었던 2017년 12월 고점 수준까지 올라와있다.
코스피 제약 지수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승세에 힘입어 폭락 전 대비 60% 이상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위에 바이오 기업이 두 곳이나 올라있다. SK바이오팜 역시 상장 후 일주일도 안돼 시가총액 20위 안쪽으로 진입했다.
대부분의 바이오ㆍ헬스케어 종목이 적게는 50%, 많게는 200% 가까이 폭등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수익을 현실화하려는 경계성 매물이 쏟아지며 최근 바이오ㆍ헬스케어주의 변동성이 다소 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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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는 일단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바이오ㆍ헬스케어주가 주목받게 된 핵심 테마인 코로나19가 여전히 전세계적 확산을 거듭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핵심 대형 바이오 기업의 경우 실적이 상승세일때 주가는 상대적인 레벨을 떠나 실적과 함께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갈 곳 없는 유동성이 여전히 증시 주변을 떠돌고 있다.
7월 중순에 접어들며 미국 일일 신규확진자 수는 6만명을 넘어섰다. 1차 대유행이 일어난 4월의 평균 일일 확진자 수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국내 역시 6월 이후 꾸준히 5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필요성이 재부각하고 있다.
당장 진단키트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4월을 정점으로 월 단위 감소세를 보이던 진단키트 수출량이 상승 반전할거란 기대감 덕분이다. 13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급락했던 씨젠 주가는 7월 초 급등하기 시작해 전 고점을 뚫고 14만원선 위로 올라섰다. 휴마시스, 피씨엘 등도 주가 하락세가 진정됐다.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도 여전히 유효한 재료로 작동하고 있다. 임상 1상 돌입 소식에도 관련 회사 주가가 들싹이고 있다. 벌써 반 년 가까이 지속된 비일상에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인 백신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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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기대감 역시 여전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1분기 6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시장 컨센서스(예상평균치) 430억원을 50% 가까이 뛰어넘는 호실적이었다.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 성공했다는 인식 덕분에 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00억원 초중반인데, 시장에서는 2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ㆍ셀트리온 등 대형 바이오기업 주가의 특징은 실적 상승세가 지속되는 동안엔 주가 역시 쉽게 꺾이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주가순이익비율(PER) 등 전통적인 가치척도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컨센서스 이상의 이익 상승이 지속되면 주가는 폭등했고, 기대 이하의 성장을 보이며 실적이 거꾸러지면 주가는 바닥으로 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주가 기준 PER은 올해 연간 순이익 예상치 기준 290배에 달한다. 본격적인 주가 상승세가 시작된 4월말에도 이미 200배가 넘어있었다. 2016년말 저점 대비 올해 4월말 이미 주가가 4배 올라있었음에도, 실적 기대감을 따라 다시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유동성 역시 여전히 풍부하다. 현재 투자자 예탁금은 46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18조원 많은 수준으로, 증시에 역대급 자금이 몰린 지난 4월과 비슷한 규모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다시 빠져나가는 듯했던 유동성이 강력한 대책 예고에 도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 못한 악재가 튀어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2019년엔 코오롱티슈진ㆍ신라젠ㆍ헬릭스미스ㆍ에이치엘비 등의 임상 3상 실패와 품목허가 지연ㆍ취소가 바이오주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바이오계의 기린아들이 기술력 입증에 실패하며 미래 실적까지 반영한 주가가 거품 빠지듯 일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주도주들이 무너지니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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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임상 3상 결과 발표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 이슈가 걸린 기업이 많지 않다. 있다 해도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중소형 신약 개발사들이다. 조 단위였던 한미약품 기술공급 계약 취소 같은 사태만 조심한다면, 예상할 수 있는 악재가 많지 않은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공매도 금지로 인한 혜택도 바이오주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며 "지금 정부의 반응으로 봐서는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거나 사실상 공매도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제도가 바뀔 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는 좀 더 '변별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3월 이후 5월까지는 전반적인 기대감 상승으로 '뭘 사도 오르는' 장이었다면, 하반기에는 본격적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후인 2분기 실적이 주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정말로 코로나 시대에 수혜를 받았는지 여부가 적나라하게 숫자로 공개될 거란 이야기다.
실적과 연계해 '좀 더 오를 종목'을 찾으려는 눈치싸움도 심해질 전망이다. SK바이오팜 상장 전후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주가가 잠시 약세를 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상당수 바이오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SK바이오팜에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이 초강세장이라면 SK바이오팜 상장을 계기로 다른 바이오주도 주목을 받으며 수급이 유입돼 함께 주가가 올랐을 것"이라며 "이미 엄청난 유동성이 흘러 들어와있는데다, 단기 급등의 경계감 때문에 같은 바이오 산업군이라도 종목을 선별해서 자금이 이동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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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