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전년비 두 배 영업익에도 -1%
양사 호실적 내놨지만…하반기 전망에 베팅
증시 내 현대차그룹 상승탄력도 '청신호'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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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5%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팬데믹 이전 고점에 다가서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1% 가까이 하락한 데다 당분간 횡보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다.
양사 모두 증시 컨센서스(전망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내놨음에도 투자자들은 하반기 기대감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실적발표 이후 이 같은 기대감은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에게도 일부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증시 내 주목도가 높아진 현대차그룹의 주가 흐름에도 당분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현대차는 23일 2분기 실적이 각각 매출액 21조8590억원, 영업이익 5903억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익의 경우 컨센서스(약 2950억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결과다. 개장 이후 전일 종가 근처에서 주춤하던 주가는 발표가 있었던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급등해 전일 대비 5.06% 상승한 12만4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액 8조6065억원, 영업이익 1조94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4%, 205.3%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기존 전망치를 넘어섰다. 그러나 증시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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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실적발표 이후 엇갈린 양사의 주가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하반기 업황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팬데믹 이후 가동 중단과 이동제한 이중고가 극심했던 2분기가 저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2분기 완성차 글로벌 도매판매는 전년보다 36% 이상 감소한 70만대에 그쳤다. 가장 먼저 위기가 발생한 중국에 이어 내수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인 만큼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현상이 예상된다.
동시에 글로벌 판매급감에도 불구, 지난해 시작한 신차효과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비중 확대에 따른 믹스개선 효과가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점도 증명해냈다. 환율과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이 우수한 실적으로 드러나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1분기 실적발표 당시에도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믹스개선 효과를 두고 놀라는 분위기가 많았다"라며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도 1220원대에 달한 평균환율에 주목하는 분위기였지만 드러난 결과를 보면 환율효과보다도 제네시스, 그랜져, 팰리세이드 등 내수시장에서 신차판매 확대로 손실을 방어한 것이 드러났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2분기 호실적이 하반기 업황에 대한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2분기 실적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고객사의 재고 축적으로 보인다"라며 "하반기 고객사의 재고 조정 가능성과 수급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라고 질문했다. 코로나 이후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주요 고객처가 재고확보에 들어갔던 만큼 하반기 이후 수급 우려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뿐 아니라 낸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라며 하반기말 쯤 고객사 재고가 건전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하반기 이후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반도체의 가격하락 역시 예고된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가격하락은 어느 정도 시장에서 확실시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최근 들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지속해서 매도에 나서는 것도 재고 문제나 가격하락 등 우려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현대차를 위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약진도 재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이날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현대차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함께 상승반전해 전일보다 2.51% 오른 3만6700원에 마감했다. 기아차도 시장 전망치를 수배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성장세 등 실적 중심 장세로 이어질 거란 목소리가 많은데 이번 실적이 근거를 제공한 셈"이라며 "그러나 이날 개인투자자를 제외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현대차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상승세가 계속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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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3일 17: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