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게임즈, 내년 상반기 페이지 상장 기대감
다음 주자로 뱅크ㆍ모빌리티 주목...카카오Mㆍ커머스도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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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이익을 내기 시작하며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화수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분산되지 않도록 교통정리도 한창이다.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IPO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일단 올해엔 2018년 한 차례 상장에 실패했던 카카오게임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내년 상반기 상장이 언급된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착수한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NDR;Non-Deal Roadshow)를 잠정 연기했다. 5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6월 중 국내는 대면, 해외는 온라인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7월이 다 지나가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 공모주 펀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가 NDR을 진행할 거라고 해서 기본적인 리서치를 진행한 뒤 일정 조율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됐다는 내용을 들었다"며 "웹툰ㆍ웹소설 기반의 지식재산권(IP) 기업이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국면에 확실한 수혜 기업이라고 생각해 관심이 많았는데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공모 준비 절차에 들어간 카카오게임즈를 배려하는 차원의 선택으로 분석한다.
상장 준비 기업의 NDR은 상장 전 투자자들의 의중을 파악하고 공모 수요를 예측하는 목적을 띈다. 만약 카카오페이지가 예정대로 NDR을 진행했다면, 투자자들도 하반기 중 카카오페이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하반기에 공모 일정을 진행할 예정인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지 측은 "주관사 선정 이후 일반적인 절차 중 하나로 검토한 것이며 공식적으로 시장에 알린 사안도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최적의 시기에 상장을 진행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일단 카카오게임즈 상장에 집중한 뒤, 카카오페이지는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이미 한 차례 상장을 준비했었다. 상장 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내부적인 상장 준비는 거의 끝나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회사의 규모나 게임주가 각광받고 있는 증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카카오 계열사 상장 1호'는 카카오게임즈가 가져가는 게 좋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해야 할 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적어도 반기 단위에 하나의 계열사만 공모 청약을 진행하도록 하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이전에 1년 단위로 텀을 둔 삼성그룹 계열사 상장이 그랬고, 최근엔 SK그룹이 루브리컨츠ㆍ건설ㆍ바이오팜 등 계열사들의 일정을 시장 상황에 따라 안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지 이후에도 카카오에는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할 계열사가 많이 남아있다. 당장 손에 꼽히는 것만 해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카카오뱅크 등이 상장 대기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중국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으로부터 2018년 투자를 받은 카카오페이, 분사 1년여만에 카카오그룹 차기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카카오커머스 역시 상장 가능성이 언급된다.
투자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페이지 상장 후 다음 주자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모빌리티를 꼽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추가 성장 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의문부호에도 불구, 분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8년 7월, 출범 1주년을 맞이해 '2020년에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 시점에서 연내 상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지분구조 변경에 따라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되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실제 카카오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은 지난해 11월 나왔다.
상장 예비심사 전 1년간 최대주주 지분율 변경을 금지한 '대주주 지분변경 제한' 요건은 2007년 폐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에 대한 질적심사가 남아있는만큼, 최대주주 변경 후 1년 정도의 경영 안정화 기간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 경쟁 서비스롤 꼽혔던 '타다'의 영업이 중단되며 최대 수혜 회사로 꼽히고 있다. 2017년 대규모 외부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회수(exit)를 위한 상장 수요도 있을 거라는 분석이다. 최근 3년간 매출액은 매년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향후 1~2년내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커 FI들이 단시간 내 투자회수를 고려하진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3개월 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M 역시 아직 급하게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은 적다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 IPO 부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앞으로 카카오 관련 상장 거래를 못 잡으면 리그테이블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며 "코로나19가 이런 상황을 크게 앞당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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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