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카드 등 비은행 부문이 기여
"이젠 신규 경쟁자도 고려해야"
-
올해 상반기엔 코로나 사태와 사모펀드 환매연기 등 잇따른 이벤트로 4대 금융지주사의 실적 지형이 달라졌다. 라임사태로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분기 KB금융그룹보다 부진한 성적을 내놓았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은 풍부한 유동장세를 바탕으로 한 비은행 계열사 실적 호재 덕에 높은 실적 성장률을 보였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금융지주사별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지주 1조8055억원 ▲KB금융지주 1조7314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3400억원 ▲우리금융지주 6605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는 2분기만 놓고보면 신한금융지주보다 741억원 많은 9925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경쟁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 이후 대출이 증가하고 시장에 유동성이 많아지는 등 호재가 이어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코로나 이후 현금수요가 증가하며 원화대출금이 크게 늘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원화대출금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6%, 1.8%가량 늘었다. KB금융지주도 대출 수요 증가로 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자이익이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채권 평가이익도 늘었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늘어난 점도 수수료 이익 증대에 기여했다. 거래대금과 해외주식 비중이 증가하며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수수료수익이 증가했다. 1분기 당시 214억원 적자를 냈던 KB증권은 수수료 이익이 전분기 대비 45% 증가하며 1502억원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금융지주들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증권사, 카드 등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 했던 노력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를 탈환한 KB금융그룹은 은행계열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전분기 대비 은행 계열에서 500억원가량 낮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비은행 계열의 실적이 800억원 늘어나며 이를 만회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오히려 지주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라임, 헤리티지펀드 증권사 판매금액 5918억원에 대해 2분기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비용 부담이 집중된 탓이다.
또한 유일하게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지 않은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 인수가 간절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우리금융지주가 삼성증권 인수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 인수도 좋겠지만 삼성증권이 가장 선호하는 증권사"라며 "우리은행이 삼성의 주거래 은행인 만큼 소요되는 비용도 적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의 실적 호재가 브로커리지에 쏠려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자산관리(WM) 부문에 있어 증권사들은 고객 신뢰를 잃은 바 있다. 특히 라임 사태에 연루돼 고객 신뢰를 크게 잃은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더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도 '올스톱'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2월까지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받은 1조7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해외 대체투자에 할애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끼리의 비교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예금, 대출을 제외한 금융업무가 거의 가능하게 되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면서다.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 전략에 있어 혁신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7일 17: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