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할부금융 수요도 늘었다
언택트 트렌드 덕에 비용도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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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실적 저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도 카드사들이 연이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신한카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카드사들의 실적은 소폭 상승했다. 그간 쇠퇴하기만 하던 카드업계 전반에 오랜만의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의 덕을 봤다는 평가다. 경기 악화로 카드론 수요가 많아지고 재난지원금 사용분이 실적으로 잡힌 덕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비행기를 통한 여행이 크게 줄어들고, 영화관 등 오락시설에 제공하던 혜택 등이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판매관리비용(이하 판관비)도 절감됐다는 분석이다.
24일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 기준 자회사인 신한카드가 전년동기 대비 11.5% 상승한 30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의 순이익도 각각 전년동기 대비 93.9%, 12.11% 증가했다. 삼성카드를 비롯한 다른 카드사들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던 지난 1분기에도 카드사들의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상승했다. 신한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 6곳(삼성·KB·현대·우리·하나·롯데)는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늘어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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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오히려 코로나 사태의 덕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긴급재난지원금이 카드사의 실적 선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 목적으로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소비가 촉진됐다. 이에 따라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이용 실적이 크게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실적 호재는 재난지원금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크게 늘진 않았겠지만 사람들이 카드를 통해 돈을 많이 썼다는 것 자체가 모두 실적으로 잡힌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로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카드론을 이용하는 고객도 늘었다. 올해 1분기 카드론 이용대금은 전분기 대비 12% 상승했다. 당시 7개사 카드론 취급액도 4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5.6% 증가한 값이다. 카드론은 상대적으로 대출 실행이 쉬운 탓에 수요가 몰렸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카드론 잔액 증가가 향후 건전성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채무 상환능력이 크게 저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덕분에 반사이익을 봤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큰 부담이다"며 "연체율이 상승하지 않도록 지속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덕에 자동차 할부금융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대중교통보단 자가용 등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카드를 활용한 자동차 할부금융 사용액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자동차 할부금융에 강점이 있는 KB국민카드가 이런 덕을 봤다. 한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번 호실적은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리스 쪽으로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있던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신차 뿐만 아니라 중고차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세금을 낮춰주면서 이때 아니면 차를 싸게 살 수 없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판관비 등 비용은 줄어들고 있다. 일단 비행기 이용이 크게 줄어들며 항공 관련 혜택 지출액이 크게 줄었다. 영화관이나 공연 등 밀폐된 장소를 찾는 방문객이 줄면서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활용하는 고객도 줄어들었다. 카드 사용액은 늘어나는 반면 고객 유지를 위해 제공해야 할 비용은 줄어든 셈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추진하던 공연들이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할인혜택에 드는 비용이 덜 나가면서 판관비가 과거보다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판관비를 줄이려던 노력도 더해져 이제야 가시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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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