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판매량 전년比 46% 성장…엔터株 급등
팬덤 덕 '언택트' 변화…기업가치까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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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증권사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기업 리포트에 새로운 지표가 등장했다. '기부 공구'라는 데이터다. 이는 팬클럽에서 음반을 공동구매한 뒤 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각 엔터 기업 소속 아티스트의 팬덤이 공연 등에 쏟아내지 못한 구매력을 음반 구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팬덤 간 자존심 대결로도 번지고 있다.
국내 엔터기업들이 2분기 깜짝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음반이 너무 많이 팔리는 탓이다.
지난 1분기만 해도 코로나 19로 인해 소속 아티스트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본업 성장세 둔화 전망에 주가는 역사적 저점으로 폭락했지만, 불과 몇개월도 안돼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아티스트를 위해 팬덤이 음반을 대량 구매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난 덕분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위 100위권 음반 판매량은 1685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그보다는 팬덤의 기형적 소비방식이 부각된다. 최근 어떤 아이돌그룹 팬클럽은 물류창고와 지게차를 대여해 5톤 트럭 다섯 대 분량의 앨범을 구매한 뒤 기부 등 방식으로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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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시장 호황으로 인한 성장 기대감으로 SM·JYP·YG 등 3대 상장 기획사 주가는 상반기 음반 판매량이 6월말 기점으로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와 이익전망을 상향조정하며 팬덤 효과의 재평가에 들어갔다. 팬덤의 공동구매 화력으로 공연·투어 등 대면 기반 매출처가 주력이던 엔터 산업이 사실상 '언택트(비대면)' 산업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우 NCT127과 엑소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각각 376%, 517%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은 400만장을 넘겨 전년 동기 대비 약 27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고 업황 부진 및 투어 부재로 인해 SM C&C와 SM재팬 등 자회사 실적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경우 9월 발매 예정인 블랙핑크의 정규 1집 앨범의 중국 기부 공구 예약만 30만장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 떄문에 증권가에서 YG의 상반기 실적부진에도 목표주가와 실적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JYP 역시 하반기 일본인으로 구성된 신인 걸그룹 데뷔를 앞두고 있어 음반 판매 급등으로 인한 수혜가 전망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음반 판매의 마진율이 높은 만큼 콘서트 등 투어 활동이 없어도 연간 기준으로 증익을 전망할 수밖에 없다"라며 "팬덤이라는 고마진 매출원의 충성도가 엔터 기업의 밸류에이션까지 좌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앨범 판매량이 기형적으로 늘어난 원인으로는 초동물량을 둔 팬덤 내 경쟁의식이 있다는 지적이다.
초동물량은 앨범 발매 후 첫 일주일 동안의 판매량을 의미한다. 선주문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유통과정에서 초동 기간을 넘겨 집계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팬덤에선 공동구매 형태로 초동물량을 사재기해왔다. 엔터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견고한 팬덤이 형성되면 팬덤 스스로가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 증명 및 팬덤 확대를 위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팬미팅이나 투어 등 대면기반 활동이 실종됐음에도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신인 그룹 데뷔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엔터 산업의 하반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케이팝 장르가 글로벌 기준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수치기 때문에 최근 음반시장 호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라며 "코로나 이후 지갑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던 아이돌 팬덤이 오히려 세력 과시를 위해 초동물량 부풀리기에 집중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기록을 깨는 방식으로 팬덤이 결집하는 경향도 있어 하반기 이후에도 음반 발매량을 중심으로 한 팬덤 결집은 지속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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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