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SI 드물어…인수시 정기선 부사장 치적될 듯
국내외 입지 강화하지만 기업결합 승인 부담 있어
어느 후보든 DICC 소송 걸림돌…채권단 지원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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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현대건설기계에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더해지면 국내와 중국 굴삭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기 그룹 수장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공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걸림돌은 있다. 국내에선 굴삭기 독점기업이 탄생하는 형국이라 기업결합 승인을 얻기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재무적투자자(FI)와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결국 거래 성사를 위해선 우발채무 처리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채권단의 측면 지원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이달 들어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잠재 원매자들에 두산인프라코어 투자안내서를 발송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가지고 있는데, 이 지분의 시장가치는 5000억~6000억원 사이를 오간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중공업그룹에 모아졌다. 건설 중장비 사업을 하는 현대건설기계가 있다 보니 주목을 피하기 어렵다. 이달 들어 일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들을 접촉해 자문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간 굵직한 M&A에서 손발을 맞춘 회계·법무법인들과 자문 업무에 대해 의견 합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식으로 고용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유사 사업을 하다 보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이야기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검토를 하지 않았고 자문사를 선정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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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부인에도 불구, 그룹 차원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마냥 두고 놓치긴 아까운 매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기계에서 굴삭기와 지게차 등을 주로 생산하는데 한국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라 먹거리가 많지 않다. 사업 확장을 위해선 해외를 살펴야 하는데 글로벌 점유율은 1%대에 그친다. 해외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위상이 더 높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시 점유율과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인 그룹 사정과도 맞물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몇 년간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를 설립하고,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을 분할신설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의 개편 움직임은 정기선 부사장의 공적을 쌓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많다. 만약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더해질 수 있다면 정 부사장의 입지와 승계 명분은 더 공고해진다. 이러다보니 정 부사장이 이끄는 경영지원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산인프라코어엔 전차 엔진을 생산하는 방산 부문도 있다. 따로 떼내지 않는 한 외국계 기업이나 자본이 인수하기 쉽지 않다. 굴삭기 산업 경기는 4~5년 주기를 타는데 올해는 코로나 창궐로 전망이 더 어려워졌다. 제조업에 투자했다 고전하는 사모펀드(PEF)들이 쳐다 보기엔 부담이 있다. 그러다보니 현대중공업에 눈길이 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난관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독점 심사를 넘어야 한다. 국토부는 정확한 국내 굴삭기 등록 현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점유율이 40% 전후,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가 각각 25% 내외일 것으로 본다. M&A 시 시장 60%를 가져가는 독점 기업이 탄생하는 데 공정위가 이를 가만 두고 보겠느냐는 시선이 많다.
한국 시장에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승인이 날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채권단 지원 아래 글로벌 1~2위 조선사 합병도 진행 중이다. 경쟁당국과 정부가 밀어준다면 욕심을 낼 만하다. 더 탐나는 곳은 해외 시장인데 아직 두 회사의 점유율은 시장 생태계를 교란할 수준은 아니다.
핵심인 중국 굴삭기 시장의 경우 작년말 기준 두산인프라코어가 7.3%, 현대건설기계가 3.5%의 점유율을 가졌다. 둘이 합해도 중국 회사인 사니(SANY, 25.2%)와 XCMG(14.7%)를 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DICC다. 중국 시장 확대는 DICC가 핵심인데 FI와의 소송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 해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하고 사업회사를 매각하는 안이 거론된다.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보다 두산중공업의 투자금 상환 능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보니 FI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 구조로 매각을 하려면 소송 결과가 어떻든 두산중공업이 상환해줄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선 채권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두산중공업 자체의 자구안이 있더라도 사업 구조를 바꿀 때까진 외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에 기댄 사업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도, 체질 개선을 할 때까지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채권단이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자금이 DICC 소송 결과에 따라 유츌될 수 있다는 점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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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