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PIB 독려…최근 2호점도 오픈
행장이 나서 IB 인력 배치…업무혐약도 강화
장기 성과 기대…기존 서비스와 차별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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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이 PIB(PB + IB)에 IB 전문 인력을 전진 배치하고 외부 자문사와 손을 잡는 등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자산관리(WM)의 위상이 흔들린 터라 PIB에 거는 기대가 큰데 고심할 것도 많다. 유사 서비스들 사이에서 어떻게 차별화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자산가들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가 장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31일 신한은행은 서울 중구 ‘신한PWM 프리빌리지(Privilege) 서울센터'에 PIB센터 2호점 열었다. PIB는 프라이빗뱅킹(PB)과 기업금융(IB)을 합한 용어로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 사업이다.
작년 8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유럽 출장 중 세계 1위 PB 금융사 UBS를 방문했고, 이후 자산관리 차별화 방안을 모색했다. 태스크포스를 꾸려 해외 사례를 살피고 사업성을 검토했다. 작년말 ‘신한PWM Privilege 강남센터’에 지점 내 지점 형태로 은행권 최초의 PIB센터를 열었다.
프리미엄 자산관리를 표방했지만 올해 상반기 PIB 영업 환경은 척박했다. 라임 사태에 신한금융투자가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고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젠투파트너스 환매 연기 등 잡음이 이어졌다. 그룹 전반의 평판과 신뢰도에 금이 갔고, 주요 상품 판매 채널인 PWM 센터가 부실의 온상이란 비판도 있었다. 돈을 잘 관리해주겠다한들 믿음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WM부문의 실적도 악화했다. 2017년 2093억원에서 2018년 2248억원, 작년 227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증가세였다. 올해 상반기는 767억원으로 작년 동기(1200억원) 대비 36.1% 줄었다. 같은 기간 GIB 부문이 3912억원으로 10.8% 성장한 것과 대비됐다. WM 쪽에선 올해는 이미 성과급은 물건너갔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산관리 영역의 신사업이자 선봉격이 된 PIB센터의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PIB센터 2호점 개점을 앞두고는 그룹 수뇌부도 직접 나서 PIB 강화에 공을 들였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인사에서 장호식 신한은행 투자금융부장을 PIB센터 2호점 지점장으로 발령냈다. 투자금융부는 은행의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부서라 인사 이동이 많지 않다. 부서장이 연중 인사에서 자리를 비우는 것도 드물다. 20년 경령 IB 업무 전문가의 후임을 찾는 것도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걸음마 단계의 사업에 IB 핵심 인사를 배치한 것은 그만큼 그룹에서 PIB의 중요성을 높이 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하반기 인사를 내기 몇 주 전 당사자들에게 PIB 사업을 잘 꾸려달라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지점장급 인사에선 흔치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한은행은 외부 자문라인도 확대했다. 작년 율촌의 상속가업승계팀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6월엔 삼정KPMG와도 업무 제휴를 맺었다. 삼정KPMG는 신한은행의 고액 자산가나 기업 고객을 확대할 수 있고, 신한은행은 기업가 고객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여신 확대 등 부수 거래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PIB에 대한 그룹의 전폭적 지원 의지는 확인됐으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단 유사 서비스들이 많다. 하나금융그룹 클럽원(Club1) PB센터가 이름을 날렸고, KB국민은행도 이미 몇해 전 PIB 파트너라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다시 PIB 강화를 표방하고 있고, 증권사에도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가 많다. 삼성증권은 SNI 본부의 활약을 바탕으로 수년전 가업승계 열풍 당시 일감을 독식하기도 했다. 7월엔 100억원 이상 자산가를 위한 ‘멀티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도 출시했다.
자산가 자녀들의 유학 상담이나 승계 및 세무자문, 투자 포트폴리오 제시 등도 중요하지만 차별화는 쉽지 않다. ‘IB 전문가 배치’를 강조한 만큼 결국 IB 부문에서 차이를 내야 한다.
자산을 관리하면서 M&A나 부동산 매각 등 거래를 발굴하거나, 자산가에 IB 거래 참여 기회를 주는 방안들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M&A의 인수금융 주선 금액의 일부를 사모나 신탁 방식으로 고액자산가들로부터 모으는 방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자사가 발굴한 IB 거래는 PB 고객들에 최우선적으로 투자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WM 부문이 좋지 않고 고객 이탈도 많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론 PIB가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고객들의 IB 자문 수요는 은행의 IB에 넘겨주고, 그룹에서 발굴하거나 소개 받은 IB 거래는 고객들에 투자 기회를 주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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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2일 07:00 게재]